'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사망 사건이 결국 미궁으로 빠지게 됐다.
유씨의 시신을 정밀 감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5일 서울 양천구 국과수 서울분원에서 브리핑을 열어 "독극물 분석과 질식사, 지병, 외력에 의한 사망 여부 등을 분석했으나 부패가 심해 사망 원인을 판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 매실밭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유씨의 시신을 지난 22일 서울분원으로 옮겨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 정밀 부검과 약독물 검사 등을 진행해왔다.
국과수는 독극물에 의한 사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유씨의 간과 폐, 근육 등 감정물을 일반독물과 마약류, 케톤체류 등으로 감정했다. 그 결과 간과 폐는 모두 음성 반응을 보였고 근육은 케톤체류의 경우에만 음성 반응을 보였으며 나머지는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목 등 질식사 가능성, 지병 등에 의한 사망 가능성, 멍 등 외력에 의한 사망 가능성 등을 모두 분석했으나 시신이 심하게 부패하고 내부장기가 소실된 탓에 사인을 판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사인 분석에서 뱀 등 맥독성 동물에 의한 중독 또는 약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은 낮아 배제됐다. 이에 따라 유씨의 사망 원인과 경위는 미궁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서 원장은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서 수거한 증거물들에서 DNA를 분석한 결과 소주병과 스쿠알렌병에서 유씨의 DNA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유씨 주변에서 발견된 술병들에서는 약독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 원장은 부검을 통해 확인한 좌측 대퇴골 길이와 추정 신장, 왼쪽 둘째 손가락 끝마디 뼈 결손, 치아 및 DNA 분석 결과 변사체가 유씨가 맞다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는 "오로지 과학적 지식과 방법으로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이번 감정에 임했으나 완전한 의혹 해소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사인 감정에 참여한 이한영 중앙법의학센터장은 "일반적인 부패 시신이라도 사인 규명이 가능한 경우가 있는데 유씨 같은 경우는 너무 많은 조직이 손실돼 사인을 규명할 만한 실마리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1차 부검 시신과 2차 부검 시신이 다르지 않느냐는 의혹이 있었지만, 치아와 두개골을 비교한 결과 동일인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유씨 시신을 보면 팔과 다리, 흉부에는 충분한 근육과 피부가 있으나 얼굴과 목에만 피부와 그 연조직이 전부 소실됐다"며 "이는 파리를 비롯한 곤충들의 침습에 의해 연조직이 소실된 형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시신에서 목 골절이 없어 외력 여부는 추측이 되지 않는다"며 "연조직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질식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용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아울러 유씨가 5월25일 이후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을 때 '불과 17∼18일 만에 반 백골화 상태가 될 수 있느냐'는 논란에 대해 외국의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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