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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사망 미궁 속으로.. “사인 규명 불가”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 사망 사건이 결국 미궁으로 빠지게 됐다.

유씨의 시신을 정밀 감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5일 서울 신월동 국과수 서울분원에서 브리핑을 열어 "독극물 분석과 질식사, 지병, 외력에 의한 사망 여부 등을 분석했으나 부패가 심해 사망 원인을 판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 매실밭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유씨의 시신을 지난 22일 서울분원으로 옮겨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 정밀 부검과 약독물 검사 등을 진행해왔다. 국과수는 독극물에 의한 사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유씨의 간과 폐, 근육 등 감정물을 일반독물과 마약류, 케톤체류 등으로 감정했다. 그 결과 간과 폐는 모두 음성 반응을 보였고 근육은 케톤체류의 경우에만 음성 반응을 보였으며 나머지는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목 등 질식사 가능성, 지병 등에 의한 사망 가능성, 멍 등 외력에 의한 사망 가능성 등을 모두 분석했으나 시신이 심하게 부패하고 내부장기가 소실된 탓에 사인을 판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사인 분석에서 뱀 등 맹독성 동물에 의한 중독 또는 약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은 낮아 배제됐다. 이에 따라 유씨의 사망 원인과 경위는 미궁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서 원장은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서 수거한 증거물들에서 DNA를 분석한 결과, 소주병과 스쿠알렌병에서 유씨의 DNA가 검출됐으나 함께 발견된 술병들에서 약독물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 원장은 "유씨의 간과 폐에서 미량의 알코올 수치가 발견됐지만 이는 일반적인 시신보다는 낮은 수치"라며 "이것만으로 유씨가 음주를 했는지는 알 수 없고 숨질 당시 알코올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서 원장은 좌측 대퇴골 길이와 추정 신장, 왼쪽 둘째손가락 끝마디 뼈 결손, 치아 및 DNA 분석 결과 변사체가 유씨가 맞다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사망 시점에 대해서는 "부패에 영향을 주는 습도와 온도가 매번 달라 현재로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면서도 "사진상으로 사망한 지 10∼15일 지난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보다 오래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인 감정에 참여한 이한영 중앙법의학센터장은 "일반적인 부패 시신이라도 사인 규명이 가능한 경우가 있는데 유씨 같은 경우는 너무 많은 조직이 손실돼 사인을 규명할 만한 실마리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1차 부검 시신과 2차 부검 시신이 다르지 않으냐는 의혹이 있었지만 치아와 두개골을 비교한 결과, 동일인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유씨 시신을 보면 팔과 다리, 흉부에는 충분한 근육과 피부가 있으나 얼굴과 목에만 피부와 그 연조직이 전부 소실됐다"며 "이는 파리를 비롯한 곤충들의 침습에 의해 연조직이 소실된 형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시신에서 목 골절이 없어 외력 여부는 추측이 되지 않는다"며 "연조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질식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용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찬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51.사법연수원 18기)이 인천지검장 직무대리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다. 대검은 이날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의 사임에 따른 후속 조치로 강 반부패부장을 인천지검장 직무대리로 발령했다. 공석이 된 반부패부장은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50.19기)이 겸임 수행하게 됐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권병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