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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官피아법’ 처리 지연속.. 퇴직공직자들 속속 취업

퇴직공무원들의 연관분야 민간기업 등에 대한 재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이른바 '관피아법'의 국회 처리가 여야 간 이견으로 지연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관피아법 처리가 지연되는 사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공무원 취업심사에서 무더기로 민간기업 등의 취업이 결정되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7월 31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홈페이지(www.gpec.go.kr)를 통해 발표한 퇴직공무원 취업심사 결과에 따르면 7월 25일 실시한 심사에서 지난달 심사 요청이 들어온 27건 가운데 17건에 대해 취업이 가능하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비해 취업제한 결정이 내려진 경우는 4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6건은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는 공직자윤리위원회 측 판단에 따라 심사가 보류됐다.

퇴직공무원 재취업 제한 기준을 강화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정부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에 따른 공직사회 개혁 조치의 하나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결과를 공개키로 했고 이 방침에 따라 이번에 처음으로 취업심사를 했다.

이번 심사에서 전 청와대 수석과 전 금융위원회 간부 등 고위공직자는 대부분 취업승인이 났다. 최순홍 전 미래전략수석비서관과 최금락 전 홍보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전 수석 2명의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에서 각각 대기업과 로펌 입사가 승인됐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해 8월 퇴직한 최순홍 전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은 LS산전 상근고문으로, 지난해 2월 청와대를 떠난 최금락 전 홍보수석비서관은 법무법인 광장 상임고문으로 재취업해도 된다고 결정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청와대 퇴직자도 소속을 근거로 직무관련성 심사를 하지만 정부부처 계약이나 업무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무관련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위원회 고위공무원 출신 E씨와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를 지낸 F씨는 각각 법무법인 율촌과 두산인프라코어에 입사할 수 있게 됐다.
E씨는 저축은행 사태로 파면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지난해 복직한 뒤 최근 퇴직했다.

이번에 취업심사를 통과한 전 청와대 수석 등 고위공직자 출신 4명은 직무관련성 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조기 처리됐다면 통과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안행부 측의 설명이다.

다만 한국소비자원 상임이사 출신 A씨의 삼광글라스 취업과 국방부 국군재정관리단 감사실장 출신 B씨의 공우이엔씨 취업, 국세청 6급 퇴직자 C씨의 신현공업 취업, 국방부 경기남부시설단 과장 D씨의 영화키스톤건축사무소 취업의 경우 퇴직 전 5년간 업무와 취업예정기업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해 재취업이 승인되지 않았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