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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한미재무학회 국제금융컨퍼런스] 얽히고 설킨 기업구조, 한 곳이 흔들리면 전체가 ‘휘청’

[파이낸셜뉴스/한미재무학회 국제금융컨퍼런스] 얽히고 설킨 기업구조, 한 곳이 흔들리면 전체가 ‘휘청’
미국 하와이 소재 하와이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지난 15일(현지시간) 열린 '파이낸셜뉴스/한미재무학회 국제금융컨퍼런스(FN/KAFA International Finance Conference)'에서 2세션 참석자들이 즉석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예병정 기자


【 하와이(미국)=예병정 기자】 한국의 기업집단인 재벌의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대규모의 계열사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재벌이라는 구조에서는 위험이 전체 계열사로 빠르게 전이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재정위기와 신생 계열사 설립 과정에서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취약한 재벌의 구조적 문제점은 신용평가를 통해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의 하와이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한국의 기업집단'을 주제로 열린 '파이낸셜뉴스/한미재무학회 국제금융컨퍼런스(FN/KAFA International Finance Conference)' 두 번째 세션에서는 이 같은 연구결과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파이낸셜뉴스/한미재무학회 국제금융컨퍼런스] 얽히고 설킨 기업구조, 한 곳이 흔들리면 전체가 ‘휘청’

■부정적 스필오버 효과

이날 세션에서 토론자들은 각각의 계열사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한국 재벌의 기업구조는 부정적 '스필오버 효과'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스필오버 효과는 특정 지역에 나타나는 현상이나 혜택이 흘러 넘쳐 다른 지역에까지 퍼지거나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권용현 카이스트 연구원은 재벌의 신용등급 변화로 발생하는 재정난이 다른 계열사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권 연구원은 "재벌의 경우 상호출자를 통해 계열사들이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재벌 계열사 하나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재정난을 겪게 되면 이 위기는 스필오버 효과에 의해 위기가 재벌 내 다른 기업으로 빠르게 전이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권 연구원은 재벌 기업의 경우 오너나 가족이 강한 경영권을 행사한다는 점도 부정적 스필오버 효과를 가중시킨다.

이 교수는 "재벌의 경영권 집중이 강할수록 계열사들은 모기업과 밀접하게 연결돼 모기업이 계열사의 재정 부담을 공유하게 된다"며 "이처럼 가족에 소유권이 집중되거나 가족이 중심이 된 이사회가 존재할 경우 하나의 계열사 위기가 전체 계열사에 부정적 스필오버 효과를 강하게 영향 준다"고 지적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재벌 자회사

재벌이 구조적으로 취약성을 드러내는 이유는 신생 기업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재벌과 같은 기업구조에서는 신생 기업의 수익성이 전체 재벌 기업 집단을 위해 희생되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에서 새로이 만들어진 제조업체 1368개를 연구한 결과, 재벌과 관계없는 신생 기업이 재벌의 신생 기업에 비해 자산 규모는 작았지만 수익성은 더 높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확실한 수익성이 보장될 경우 재벌 오너는 투자 기회를 독점하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여러 자본을 끌어들여 계열사를 만든다"며 "이렇게 되면 재벌 신생 계열사의 수익은 재벌 내부 시장 거래에서 발생한다. 이 내부 시장 거래가 재벌 신생 기업의 수익성을 결정 짓는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일부 재벌은 신생 자회사를 만들고 잠재적으로 개인적 이익을 위해 신생 자회사가 만들어낸 수익을 다른 자회사로 전환하기도 한다"며 "재벌의 신생 계열사에 대해서는 특수 관계자 거래의 비용과 이점에 대해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신용평가, 기업 지배구조에 긍정적 변화

신용평가가 재벌이 가진 구조적 취약점을 극복하고 재정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이는 기업들이 신용평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 기업들은 높은 신용평가를 획득하기 위해 회계정보 투명성을 확보하고, 기업성장성을 높이고, 기업가치 증대 등의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동철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신용평가는 기업의 지배구조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의 재벌 기업들은 지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신용평가가 기업의 재정 안정을 위해 상호채무보증을 없애는 것과 함께 회계감사시스템 발전, 기관투자가 투표권 증가 등의 개혁을 통해 감시 시스템을 크게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복잡한 기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신용평가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경우 타격이 큰 재벌의 경우 일반 기업에 비해 신용평가에 따른 기업구조 개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coddy@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