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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3·⑦) 특권에 취한 국회 변화는 없나?

'2013 회계연도 결산안 처리'를 이유로 이달 말까지 임시국회를 연장하겠다는 여야의 당초 합의가 깨졌다. 가장 당황스러워하는 사람은 바로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현직 의원들이다.

임시국회가 이달 말까지 연장되면 9월부터는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적어도 연말까지는 검찰이 국회 동의 없이 의원을 구속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깨지면서 검찰로서는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기간을 확보한 셈.

■당황스러운 비리 혐의 의원들

그동안 정치권은 검찰 비리수사를 받고 있는 동료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이른 바 '방탄 국회'를 종종 열었다.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에는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하지 못한다. 국회 동의도 재적의원 과반수 참석,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다양한 특권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불체포 특권은 말 그대로 '특권 중 특권'이다.

여야는 국회의원에 대한 비리가 발생할 때마다 단골 소재로 '불체포 특권'에 대한 개선을 약속했다. 특히 지난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불체포 특권을 포함해 의원 세비 30% 삭감, 의원 연금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문제는 실천이다. 이미 방법은 나와 있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불체포 특권을 포함한 시대 변화에 걸맞지 않은 이런 특권들을 과감하게 내려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인들이 수년째 똑같은 다짐을 반복한다는 것 자체가 특권 내려놓기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불체포.면책 특권 외에도 국회 회기 중 KTX 무료 탑승, 연 2회 해외 시찰 국고 지원, 공항 귀빈실 이용 및 전용 주차장 제공 등 이미 드러난 특권 이외에도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특권도 적지 않다.

우선 크게는 국회의원은 의정 활동을 위해 9명의 직원을 채용할 수 있다. 사무실 운영비는 물론 9명의 인건비도 전액 국가에서 지원한다. 문제는 이들의 채용과 해고가 의원 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밖에서는 물론 의원 사무실 내에서도 제왕적 지위를 누린다. 이 때문에 친 인척을 직원으로 채용한 것처럼 위장하거나 채용한 직원들의 급여에 손을 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한 전직 보좌관은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9명의 직원은 사실 의원의 말 한마디면 해고될 수 있고 승진도 될 수 있다"면서 "고용 안정 측면에서도 9명 중 적어도 2~3명 정도는 사무처 소속으로 해서 견제 기능 역할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작게는 국회의원은 차량 주유비 및 유지비로 매달 110만원과 35만원씩 총 145만여원이 지급된다. 기름값이 지원되기 때문에 활동이 많다면 굳이 저렴한 주유소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주유 실적에 따라 고가의 사은품을 내건 국회 인근 주유소가 번창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특권을 내려놓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특권 의식에 사로 잡혀 있다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당의 한 보좌관은 "영감(의원)이 자비로 해외출장을 나가는데 그래도 비행기 좌석 업그레이드는 해줘야 할 것 같아서 (공짜로 해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말 '의원 특권' 취사목록 나올 듯

한 기업체 관계자도 "국회의원은 의원 한명 한명이 헌법기관으로서 의전과 예우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면서도 "입법 활동과 관련 없는 일까지 입법 활동을 빌미로 특권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는 아직 정치 문화가 덜 성숙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위해 국회사무처 차원에서 발벗고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최근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이 가져야 할 특권은 갖고 버려야 할 특권은 버리겠다"면서 "국회 사무처에 특권과 관련해 분류해 보라고 지시해 놨다"고 말했다. 가져야 할 특권과 버려야 할 특권의 목록은 이달 말쯤 나올 것이라는 게 국회사무처의 설명이다.

특별 취재팀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