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비욘드 코리아’ 한국금융] (5·끝) 위안화의 역습, 그러나 달러는 건재했다

[‘비욘드 코리아’ 한국금융] (5·끝) 위안화의 역습, 그러나 달러는 건재했다

#1. 중국과 인접한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하나인 라오스의 북부 지역에선 라오스 화폐와 중국 위안화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으며 캄보디아는 정부가 국민들이 위안화로 거래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 또 중국과 가장 긴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몽골에선 위안화가 현금 중 약 60%를 차지할 만큼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2. 한국도 이르면 올 연말부터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되는 등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한국계 은행 중국법인 관계자는 "위안화 직거래가 이뤄지면 위안화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관련 금융상품이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무역금융도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베이징=김홍재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취임 이후 기존의 달러 중심 체제를 해체하고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국제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역외 위안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향후 3~5년 내에 위안화가 엔화와 파운드화를 제치고 달러, 유로화와 함께 세계 3대 통화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위안화는 아직까지 국제결제통화 비중이 달러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다른 국제화폐와 달리 자본계정이 전면 개방되지 않아 자유로운 자본거래가 어렵고 환율, 금융통화정책 등도 국가 통제하에 있어서 단기간 내에 국제통화가 되는 것은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 지수 잇따라 상승

중국의 역외 위안화 시장이 급성장하고 국제결제통화로서 위안화 사용도 증가하면서 위안화 국제화 지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 지수는 국제 경제활동에서 위안화의 국제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중국 내외에서 발표한 국제화 지수가 모두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우선 중국 인민대 국제화폐연구소가 발표한 국제화 지수(RII)는 2010년에 0.23에 불과했으나 올해 1·4분기에 1.74, 2·4분기에 1.96을 기록한 가운데 연말에는 최소 2.40, 최대 3.0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천위루 인민대 총장은 "최소 3년, 최대 5년 이내에 위안화가 달러, 유로화에 이어 세계 3대 국제통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국제금융중심 리징 연구원은 "위안화 국제화가 가속화된 시점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으로 중국은 당시 달러가 중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또 세계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가진 중국 입장에서 환율의 급격한 변동이 달러자산 안정성을 위협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위안화 국제화를 통해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 경제규모에 걸맞은 위안화의 위상을 찾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중국은행이 위안화 대외거래(경상·자본거래, 역외시장)를 지수화한 CRI도 지난 5월 기준 246으로 지난해 1월(186)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위안화 국제화가 빠르게 진전된 이유는 역외 위안화 시장 활성화와 위안화 지급결제 규모 확대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역외 위안화 시장·지급결제 확대

역외 위안화 시장의 경우 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서 위안화 시장이 성장하면서 세계 역외 위안화 시장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고 있다.

세계 역외 위안화 시장의 약 90%를 홍콩, 대만,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5개국이 차지하고 있는데 홍콩의 비중은 올해 1월 68%에서 5월에 66%로 축소된 반면 같은 기간 대만과 뉴욕의 비중은 각각 5%에서 6%로, 4%에서 5%로 확대됐다. 런던과 싱가포르는 각각 14%, 9%를 유지했다. 최근 역외 위안화 허브 선점을 위한 주요 국제금융센터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역외 위안화 청산은행 설립 등으로 역외 위안화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경 간 지급결제시 결제통화로서 위안화 사용이 빠르게 늘면서 위안화는 5월에 결제금액 기준으로 세계 7위의 통화로 부상했다.

각국이 중국, 홍콩과 거래 시 사용하는 결제통화 기준으로 미 달러화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올해 1~5월 중국의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는 월평균 5410억위안으로 지난해 월평균(3860억위안)에 비해 40.2% 증가했다. 그러나 세계 국경 간 지급결제 총액으로 보면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47%로 41.6%를 차지하고 있는 미 달러화나 유로화(32.4%), 파운드화(8.3%) 등 주요 국제통화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역외 위안화 시장은 앞으로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역외 위안화 청산결제 시스템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불법 자금세탁 방지 등 관련 법률제도 정비와 함께 역외 위안화 금융상품 및 중국 금융기관의 경쟁력 강화, 통화정책 및 금융안정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위안화 국제통화 놓고선 '논란'

역외 위안화 시장이 활성화되고 위안화의 지급결제 비중이 확대되면서 국제화 지수가 상승하고 있지만 위안화가 국제통화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의 피터 샌즈 회장은 "역외 위안화 거래량이 2020년에 4배로 증가해 세계 네 번째 통화가 될 것"이라며 "매년 30%의 증가율로 계산했을 때 2020년에 3조위안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시장에서 위안화 사용이 매우 빠르게 늘 것이며 투자자들은 달러 외에도 다른 선택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상하이 교통대 왕타오 교수는 위안화 국제화는 유동성 과잉, 외환보유액 문제 등 산적한 중국의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방책이라고 설명했다.
위안화의 국제화를 통해 위안화를 해외로 내보냄으로써 유동성을 줄이고 과도한 외환보유액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아시아개발은행(ADB) 가와이 마사히로 연구소장은 "위안화가 단기간 내에 국제 통화가 되는 것은 힘들 것"이라며 "현재 위안화는 자유로운 자본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경상계정에서의 태환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계정의 전면 개방은 매우 먼 얘기이므로 위안화 국제화는 긴 여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역외 위안화 거래는 해외로 진출한 중국기업과 홍콩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거래대상과 지역이 제한적이고 국제 결제통화 비중도 아직 규모가 작다"면서 "자본계정을 전면 개방한다면 지금의 상황을 바꿀 수 있겠지만 중국 당국은 아주 천천히 자본계정을 풀 것이며 그만큼 위안화의 국제화는 늦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hjki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