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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9) 영화 상영중 ‘카톡~’, 영화관 민폐족에 ‘울화통’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9) 영화 상영중 ‘카톡~’, 영화관 민폐족에 ‘울화통’

#1. 대학생 A씨(24)는 최근 영화관을 갔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영화가 한창 상영 중 앞좌석에 앉은 사람의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가 오고 가는지 연신 울리는 알람과 환한 휴대폰 불빛으로 A씨는 영화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참다 못해 앞좌석 사람에게 자제를 요청했지만 들은 체하지 않았다. A씨는 다시 주의를 주려다 괜히 주위 관객들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 하는 수 없이 참았지만 영화에 다시 몰입하긴 어려웠다.

#2. 직장인 B씨(33)는 추석연휴를 맞아 여자친구와 모처럼 영화관에 갔다 기함을 했다. 부모를 따라 영화관에 온 어린이들로 시장을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1~2살 된 아기가 울어대고 5~6살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면서 쉬려고 찾았던 영화관에서 두통만 얻어왔다. B씨는 "'15세 관람가' 영화에 아이들 입장이 이렇게 많을 수가 있는 거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최근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영화 관람 예절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영화 관람 도중 카카오톡 등 SNS 알람이 울리고 인터넷 사용을 하는 등 일부 관객들의 부적절한 행동이 주변 관객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이 같은 갈등으로 상영 후에 관객 간에 언성을 높이고 심지어는 멱살잡이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은 현대인의 바쁜 일상에서 불가피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스마트폰 불빛에 아이들 들락날락

지난 10일 기자가 찾은 서울 용산의 한 영화관은 가족 또는 연인 단위의 관객들로 발디딜 틈없이 붐볐다. 영화표를 구입해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자리는 거의 가득 차 있었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영화에 집중하기보다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잠시 시간을 보는 관객도 많았지만 주위에서 눈치를 줄 정도로 오랫동안 사용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15세 관람가'인 영화인데도 부모와 동반한 어린이들이 상당수에 달했다.

부인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러 온 김정군씨(51)는 "영화를 보는데 뒷사람이 휴대폰으로 계속 통화를 해 무척 신경쓰였다"면서 "주위 사람들이 휴대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항의했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부인 이모씨(49)는 "앞좌석에 앉은 6~7살 정도 되는 어린아이가 영화에 집중을 못하는지 뒤척이고 밖을 계속 들락날락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직장인 우모씨(43)는 "상영 등급상 제한이 있어도 부모들이 동반하면 어린이들도 해당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의아하다"며 "정작 어린애들은 영화에 관심이 없어 왔다갔다 시끄럽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평소 영화를 즐겨 보는 대학생 조모씨(22)는 "얼마 전 평일 첫 영화를 보러갔는데 영화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갓난아이 울음 소리가 그치지 않아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며 "아이가 많이 어린데 왜 영화관처럼 시끄러운 곳에 데리고 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현재 3대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을 비롯한 대부분 극장은 관객들에게 상영 전 관람 예절을 안내하고 있지만 막상 지키지 않는 관객을 제지할 수단은 없다. 인천터미널 인근의 한 멀티플렉스 에서 근무하는 이모씨(29)는 "일단 영화가 상영되면 직원이 들락거리며 일일이 대처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직원의 요청에 잘 따라준다면 다행이지만 상영 중에 소란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무척 곤란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린 아기를 데리고 오는 관람객도 일일이 막을 수 없다"며 "방학이 특히 어린아이들로 (영화관이) 소란스럽지만 어떻게 다 제재하겠느냐"며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매너 개선 중…상호 이해해야"

이 같은 불만에 서로 바쁜 현대인의 일상을 좀 더 이해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엄모씨(34)는 "영화관에 자주 오지만 예전에 비하면 통화를 한다거나 뒷좌석에서 발로 차는 경우 등이 확실히 줄었다. 관람 매너는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양모씨(31)는 "아무래도 직장에서 연락이 자주 오는 만큼 쉴 때도 스마트폰을 습관적으로 체크하게 된다"며 "SNS 알람이 계속 울리는 것은 자제해야겠지만 스마트폰 확인하는 것까지 비매너라는 것은 심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16개월 아이를 둔 주부 김모씨(33)는 "아이와 계속 집에 있다보니 우울증이 올 것 같아서 사람이 적은 평일 오전에 조조영화를 가끔 보는 편"이라며 "아이를 두고 갈 수 없어 데리고 가는데 조금만 칭얼거려도 짜증을 내는 사람이 있어 고민이 된다"고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서울 종로구 내수동에 거주하는 하모씨는 "작은 소음이나 스마트폰 보는 것을 항의하는 것도 역시 소음 아니냐"며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면 되는데 우리 사회가 너무 각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대 윤리교육과 손철성 교수는 제도적 접근보다는 지속적인 캠페인 등을 통해 올바른 매너를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 개선책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영화 시작 전 전화기를 진동으로 하고 앞좌석을 발로 차지 말라는 캠페인 영상을 트는 것으로 안다"며 "스마트폰 이용과 같이 시대 변화에 따라 극장 에티켓과 관련되는 부분을 발 빠르게 캠페인을 통해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장민권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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