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청약예금 담보대출 금리가 인하되었지만 기존 대출고객들은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우택 정무위원장이 15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하된 금리는 신규 대출고객·만기연장·재약정 고객만 적용되고, 기존 고객들에겐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은 주택청약예금 담보대출이 일반예금 담보대출에 비해 높은 금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시중은행들에 시정 권고를 내렸다. 이에 은행들은 금리를 인하해 지난 1월 기준 평균 5.0%에 달하던 주택청약예금 담보대출 금리는 약 4.2%까지 인하됐다.
그러나 1월 기준 총 22만6636명의 기존 주택청약예금 담보대출 고객 중 8월 기준으로 인하된 금리를 적용받은 고객은 3.3%인 7442명에 불과했다. 기존 대출금액인 9247억여원 중 재약정된 금액인 240억여원을 제외한 9000억여원에 대해 은행들은 여전히 높은 이자로 수익을 얻고 있는 것. 기존 대출 고객들은 약 90억원가량의 이자를 더 내고 있는 셈이다.
은행들이 인하된 금리를 적용하지 않는 근거는 단순히 내부지침을 따르거나 기존 대출 약정을 따르는 것에 불과했다. 심지어 기준이 아예 없는 경우까지 모두 제각각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청약예금을 취급하는 6개 은행 중 신한, 국민, 하나은행의 고객들은 기본적으로 만기가 되기 전까지는 인하된 금리를 적용받을 수 없다. 우리, 농협, 기업은행 역시 기존 고객의 요청이 있을 때에만 인하된 금리를 적용해준다고 밝혔다.
특히 주택청약예금은 국민주택기금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예금이다.
은행들은 국토부로부터 단순히 입출금 업무만 위탁받고 있을 뿐이라는 점에서, 은행들이 위탁 수수료도 모자라 국민기금으로 높은 이자 수익까지 챙기려고 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실제 시중 6개 은행은 지난 2년간 국토교통부로부터 약 4300억원에 달하는 위탁 수수료를 지급받았다.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은행들이 각기 상이한 기준으로 기존고객들의 금리를 인하해 적용해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며 "감독당국에서 공통된 기준을 마련해 은행들을 지도하고, 기존 고객들이 차별대우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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