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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진 “인간 언어 유전자는 쥐를 똑똑하게 만든다”

미국 연구진 “인간 언어 유전자는 쥐를 똑똑하게 만든다”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유인원 리더 침팬지 '시저'의 탄생 서사를 그렸다. 유전자를 고치는 치매 치료제가 개발되자 침팬치 시저는 치료제를 흡입한 뒤 사람처럼 말도 하게 된다. 영화처럼 침팬지에게 특별한 유전자를 넣어주면 말을 하거나 똑똑해질 수 있을까.

일단 그런 드라마틱한 기능을 가진 유전자 후보가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인간의 언어 구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혀진 유전자 FOXP2는 침팬치의 것과 비교하자면 미세한 염기서열의 차이를 갖는다. 이 유전자의 발견 이래로 학계는 FOXP2유전자를 침팬지에게 주입하면 사람처럼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침팬치를 대상으로 이런 연구가 윤리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FOXP2유전자가 침팬치에서의 기능은 확인할 길이 요원하지만 생쥐의 뇌에서는 무수한 신경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연구팀이 최근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인간의 언어유전자를 생쥐에 도입하자 미로찾기 능력이 향상되는 등 똑똑한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도입한 유전자는 FOXP2로 인간의 언어 구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혀진 유전자다. 2001년 영국 옥스포드대학교 연구팀에 의해 발견된 이후 2002년에는 모든 포유동물이 비슷한 구조의 FOXP2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인류에게서만 돌연변이가 발생해 침팬지나 쥐 등과 다른 독특한 언어 구사 능력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 유전자의 정확한 역할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학계에서는 쥐의 FOXP2유전자를 인간의 언어 유전자와 비슷한 형태로 변화시켜 뇌와 행동 변화를 관찰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MIT연구팀은 FOXP2유전자를 도입한 실험용 생쥐를 가지고 미로찾기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T자형의 미로를 설계해 음식을 T미로의 양쪽 끝에 번갈아가며 배치, 자동학습이 가능한지를 알아보았다. 무작위적으로 음식을 찾도록 하는것과 음식을 놔둔 자리까지 시각적인 신호로 안내하는 등 두가지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한 것.

전자는 무의식적인 학습과정이며 시각적인 신호를 주는 실험은 의식적인 학습 과정을 의미한다. 실험 결과, 유전자가 도입된 쥐는 보통 쥐보다 학습효과가 빨랐다. 보통쥐가 평균 12일 걸렸던 것에 비해 8일만에 해낸 것이다.


연구팀은 "쥐들은 의식인것과 무의식적인 학습전략을 균형있게 사용한 것"이라며 "FOXP2 쥐들이 보통 쥐보다 의식적인 것과 무의적인 행동 사이를 조절하는데 능숙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런 운동학습 기능이 어떻게 인간 언어 진화와 관련이 있을까.

연구팀은 인간이 말하는 능력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사고과정 능력을 뛰어 넘을 것을 요구한다는데 주목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통해 FOXP2 유전자가 의식과 무의식으로 넘어가는 학습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런 과정은 인간이 유아기때 언어능력을 습득하는데 필수적이므로 FOXP2가 언어습득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bbrex@fnnews.com 김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