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브리태니커 사전을 찾아보면 '정치(政治, politics)'란 '국가권력을 획득·유지·조정·행사하는 기능·과정 및 제도'라고 정의돼 있다. 쉽게 말해 '나라를 다스리는' 모든 과정과 행위를 정치라고 부르는 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치'라는 말을 너무 흔히 접하다 보니 굳이 그 어원이나 의미를 굳이 따져볼 필요도 못느낀다. 그런데 '정치'라는 말이 사실은 '독재'나 '폭정'를 의미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정치'라는 단어의 시작은 중국 진나라 시황제로 알려져 있다. 진나라는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로 '중국'이라는 국가의 개념을 처음 다졌다는 점에서 오늘날까지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이런 업적에도 불구하고 진시황은 참으로 인기없는 임금이다. 후세 저술가들이 포악한 권력의 예를 들 때마다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것이 바로 진시황이다.
중국 뿐아니라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나라나 일본, 대만, 베트남, 몽골 등에서도 폭정의 예를 들 때마다 언급되는 사례가 또한 진시황이다.
진시황의 폭정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분서갱유(焚書坑儒)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억누르기 위해 유학자 수천명을 산채로 구덩이에 파묻어 죽이고 책 수십만권을 불태운 사건이다.
이 사건에는 당시 법가(法家) 사상가들이 앞장을 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유가 등 다른 제자백가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요동 등 외국으로 망명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때가 BC213년이니 진시황은 인류 역사상 언론탄압의 효시인 셈이다.
바로 이 무시무시하고 포악한 진시황의 이름이 바로 '정(政)'이다. 그러니까 정치란, 바로 '진시황의 통치'를 뜻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민주정치'라는 말처럼 앞뒤가 맞지 않고 모순된 말도 없다. 백성의 뜻을 국가권력의 근본으로 삼는 민주주의와 독재자의 통치를 의미하는 '정치'라는 말을 한데 묶은 말이기 때문이다.
굳이 쓰겠다면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제는 독재정치인 상태'에나 붙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얼마 전 검찰은 '근거없는 명예훼손과 유언비어를 근절하겠다'며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대한 상시적인 단속과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터넷 게시판이 각종 헛소문의 진원지가 되는데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이 같은 검찰의 발표가 나오자 네티즌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검열을 할 수 없는 외국 사이트로 가자'는 '사이버 망명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비판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법가를 앞세워 분서갱유를 한 진시황(政)의 통치(治)을 답습한다는 의심을 받을 상황이다. 오해가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검찰이 정치를 하면 안된다는 말은 이런 의미에서도 유효한 듯 하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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