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13일(이하 현지시간) 대형 은행 위기를 가정한 가상훈련(워게임)을 실시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감독 당국의 위기대응 능력이 '대마불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선됐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오스본 영 재무장관은 "잭 루 미국 재무장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마크 카니 영국은행(BOE) 총재를 비롯해 양국 고위 관계당국자들이 가상훈련에 참가한다"며 "이번 시뮬레이션은 특정 은행이 아닌 파산을 미국내 비중이 큰 영국 은행, 영국내 비중이 큰 미국 은행이 파산할 경우 관계당국이 어떤 절차에 따라 이에 대응할지를 확인하는 훈련"이라고 밝혔다.
이번 가상훈련에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 HSBC 등 특히 미·영 양국의 다국적 은행들이 파산할 경우 대응에 나서야 할 모든 관계자들이 참가하게 된다. 훈련 참가자들은 이날 워싱턴에 모여 ▲무엇을 해야 할지 ▲누가에게 통보해야 할지 ▲대중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등을 어느 정도까지 인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양국의 가상훈련은 관계 당국이 다국적 은행의 경우에도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되지 않도록하면서 '대마불사'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에 접근했음을 시사한다.
오스본 장관은 이번 훈련의 목적에 대해 "정책담당자들을 포함해 모든 관련자들이 자신의 책임을 인식하고, 누가 어떤 행동에 나서야 하는지, 어떤 채권자들이 타격을 입어야 하는지, 당국의 대응을 대중에게 어떻게 알릴지에 대해 자신들의 지식을 확인하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전에 '대마불사'라고 간주됐던 금융기관들을 당국이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신시키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지난 수년간 당국의 금융위기에 대응한 대처능력이 얼마나 진전됐는지 또 위기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켜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 금융 도상훈련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이전 관행을 깨고 오스본 장관은 이번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오스본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양국 정부는 막대한 혈세를 털어 은행구제에 나서야 했던 2008~2009년 금융위기 상황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임을 납세자들에게 확신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차총회에서 공개된 IMF 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2008~2009년 금융부문 위기에 대응해 국내총생산(GDP)의 10.5%를 투입해야 했지만 지금까지 회수한 금액은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아일랜드와 그리스는 상황이 더 심각해 막대한 구제금융에 나서야 했고, 부채는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41%, 34% 늘었다. 반면 미국은 GDP의 4.5%를 투입해 지금은 전액을 회수한 상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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