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내세울 것도 자랑할 것도 없던 조용한 마을이 지역사랑으로 똘똘 뭉친 청년들 때문에 '문화 놀이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인천광역시 남동구에 위치한 마을기업 '꿈꾸는 문화놀이터 뜻'(이하 뜻)이 지난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지난 8일 이곳을 방문했을때 정윤호 대표(28)를 비롯해 마을기업 운용진은 또다른 축제 준비로 분주했다. 정 대표는 "마을을 '꿈꾸는 문화 놀이터'로 만들고, 꿈 있는 청년들이 모여 뜻을 이루고 싶다는 비전을 담았다"고 기업 설립의 취지를 설명했다.
■지역 상권과 상생
'뜻'은 지난 2013년 안전행정부가 신규 선정한 마을기업이다. 정 대표를 비롯한 한태수씨(26), 심혜지씨(25), 박푸른씨(23), 이다현씨(19) 등 모두 5명이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상상카페'에서 실무를 맡고 있다.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취업이 결정된 상황에서도 지역문화 기획에 이끌려 찾아온 이다현씨, '돈 버는 기계' 같았던 기업생활 대신 창조적 활동을 원했던 심혜지씨, 무대와 춤 그리고 교육이 좋아서 합류했다는 한태수씨, 지역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었던 박푸른씨까지 '뜻' 실무진은 모두 자발적으로 모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자발적으로 뭉친 조직답게 '뜻'은 무너진 공동체를 되살려내고 문화가 흐르는 공간으로 마을이 탈바꿈할 수 있다는 처음 목표를 향해 한발짝 다가가고 있다.
처음 주민들과 마주했을 때는 작은 무대설치를 위한 협의도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뜻'은 주민 모두가 반기는 청년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9월 개최한 '만수동 오리지널' 축제가 계기가 됐다. 축제 이름에서 보듯 '만수동 오리지널'은 오롯이 지역 주민이 참여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잔치였다.
이런 결과 때문인지 지하 연습실에서만 연주하던 중년의 색소폰 연주자, 교회에서만 활동하던 고교생 보컬리스트와 기타리스트가 축제를 통해 관객 앞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뽐내며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일궈가고 있다.
지역의 작은 공방들이 한데 어울려 각자 제작한 퀼트 작품과 수제 비누 등을 함께 판매하면서 '뜻'과 주민들은 지역의 자생적 축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뜻'이 내세우는 가장 중요한 것은 '공존공영의 원칙'이다. 지역 상권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
정 대표는 "만수동 오리지널 당시 파전을 내놓으면서 음료는 판매하지 않았다. 덕분에 근처 슈퍼마켓에선 주류와 음료 판매가 크게 늘었다"며 생생한 사례를 들려줬다.
사무실 겸 문화공간 '상상카페'에선 커피를 팔지 않는다. 바로 옆 건물에 동네 카페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열린 공간을 지향했던 상상카페는 이제 초등학생부터 주부까지 누구나 방문하는 '마을 회관'으로 정착했다.
■지속적인 공존을 꿈꾼다
다섯 명의 20대가 고작 사무실 한 곳과 연습실 한 곳을 기반으로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뜻'은 지난 1일 안행부가 선정한 10개 우수 마을기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지역 공동체성에다 사업성까지 인정받았으니 앞으로 꿈을 펼칠 일만 남았다. 매출도 올 상반기에만 1억1500여만원으로 지난해 5~12월 벌어들인 7000여만원에서 껑충 뛰어올랐다.
수익모델은 △문화예술(축제.행사 기획) △교육(초.중.고교 연극 및 문화체험 강사) △마을공동체 등 크게 3가지 사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교육사업의 경우 인접 도시인 부천의 공립학교에서도 의뢰가 들어온다.
이 같은 성장은 실무진 5인이 모두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인천의 청소년.청년 문화 활동을 계속 해왔다"며 "이 분야에 집중하는 것은 내가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