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실시된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미 국민들의 불만을 확실하게 입증해줬다. 미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소속된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공화당은 미 연방 상원에서 52석을 확보, 다수당 자리를 되찾았다. 상원뿐만 아니라 하원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은 248석을 얻어 187석에 그친 민주당에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공화당은 지난 2006년 조지 W 부시 공화당정부 때 민주당이 양원을 장악한 이래 8년 만에 처음으로 하원과 상원 모두를 장악하게 됐다.
사실 이번 선거는 공화당이 잘했기 때문이라기보다 오바마가 워낙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적절하다. 그만큼 오바마에 대한 미국의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NBC뉴스 등은 이번 중간선거 결과를 '오바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고 평가했다.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의 39.1%와 비슷한 41.5%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 봤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W 부시보다 훨씬 더 못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것 같다.
대다수 국민들은 오바마의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에 대해 "중산층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강조하는 '고용 증가 및 실업률 하락' 역시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아직까지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어서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섰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지만 매월 똑같은 월급을 받는 일반인들에게는 '믿기 힘든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미국의 실질 임금 상승률은 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치다.
아무리 뉴스를 통해 국가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들 당장 내 주머니가 가벼운데 좋아할 사람이 있겠는가.
워싱턴 정계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전형적인 진보적 개혁파로 통한다. 하지만 미국은 현실을 외면한 그의 이와 같은 개혁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같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진보 진영에서 '위선자'로 불릴 만큼 '타협에 능숙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는 때때로 자신의 정치관을 과감하게 버리고 적들과 손을 잡는 현실적인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엇갈린 행보에 대해 보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공개적인 선거운동에 나선 반면에 오바마 대통령은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그의 출현이 오히려 민주당 소속 후보들에게 득보다는 해가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와 정반대로 2001년 퇴임 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여러 곳에서 도움 요청이 쇄도했다.
일부 정계 관계자들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분주'하게 움직인 이유가 민주당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그의 아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2016년 대선을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그만큼 클린턴 전 대통령은 치밀하고 계산적이라는 얘기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편집장이었던 에드워드 클라인은 오바마와 클린턴이 서로 앙숙 관계라고 표현했다.
클라인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바마의 정치력을 '아마추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임기 2년을 잘 마감하는 것은 국민들이 자신을 향해 등을 돌렸다는 현실을 하루빨리 받아들이고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와 타협하는 길뿐인 것 같다.
그만큼 현재 오바마의 위치는 고립돼 있다.
j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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