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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날아간 로제타, 태양계 비밀 풀 첫발 디딘다

태양계 진화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60억㎞를 날았던 혜성 탐사선 로제타가 10여년 만에 목적지에 도달했다. 인류 역사 최초로 혜성에 사람이 만든 로봇이 착륙하는 것이다.

혜성은 포물선 궤도를 가지고 도는 태양계 내에 속한 작은 천체를 말하며 '핼리 혜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유럽우주국(ESA)은 1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변이 없다면 다음 날로 예정된 로제타 탐사선의 착륙작업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3월 발사된 로제타는 목표 혜성 '추류모프·게라시멘코(67P)'에 도착해 무인 탐사로봇 '파일리'를 혜성 표면에 내려놓을 계획이다.

미국 항공우주국이 지난 2005년 혜성에 충돌실험을 한 적은 있지만 무인로봇이 직접 혜성에 착륙하는 시도는 사상 최초다.

파일리는 무게 100㎏의 로봇으로 12일 로제타에서 분리돼 약 7시간의 비행 끝에 소행성에 내려앉는다. 최대 지름이 서울 여의도보다 조금 큰 '67P'의 중력은 지구의 10만분의 1가량이기 때문에 착륙 속도는 초당 1m가량에 그칠 전망이다.

파일리의 배터리 수명은 약 64시간이다. 로봇은 착륙 후 혜성 표면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지표의 얼음과 유기물을 분석한다. 표면 아래 시료를 캐내 혜성의 핵이 어떤 성질을 지녔는지 분석하는 작업도 한다.

로제타 탐사선은 파일리의 수명이 다한 뒤에도 67P를 뒤따르며 혜성이 태양에 가까워질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할 예정이다. 내년 12월까지는 계속 혜성을 추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탐사가 학술적으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혜성이 초기 태양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혜성이 지구에 얼음과 유기물을 전달, 지구 생태계의 모태를 제공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면 지구의 역사를 다시 쓸 세기의 발견이 될 수도 있다.

한편 ESA는 웹캐스트를 통해 파일리 착륙 과정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