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서울 지하철 1호선 구일역에서 구로역 방향으로 출퇴근할 땐 전자파를 조심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헤어드라이기 47대를 한꺼번에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수치의 전자파가 측정됐기 때문이다. 이 구역은 수도권 지하철 16개 노선 가운데 전자파가 가장 강했다.
다만 장기간 노출되지 않으면 전자파의 피해로 알려진 만성피로, 기억력 부족, 불안감 등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정부기관의 설명이다.
19일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한 해 수도권 지하철 1~9호선 16개 노선 내부에서 전자파 실태를 측정한 결과 1호선 구일역에서 구로역 방향 가속 구간이 156mG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단순 수치비교이긴 해도 이는 전기장판 5개를 동시에 켜 놓거나, 헤어드라이기 47대를 한 번에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진공청소기라면 31대, TV는 7대, 전자레인지는 2대를 켜 놓거나 가동해야 이런 전자파가 발생한다.
가전제품 전자파 현황을 보면 전기장판은 0.7~71.1mG(평균 28.8mG), 헤어드라이기 0.3~14.4mG(3.3mG), 진공청소기 0.2~19.4mG(5.0mG), TV 평균 22.6mG, 전자레인지 76.9mG 등이다.
그러나 수도권 지하철 16개 노선 전자파 세기를 평균 내보면 5mG에 그쳤다. 측정값이 1mG 이하인 곳도 있었으나 대부분 경의선 역사 내 지하철이 멈춰섰을 때 나오는 수치였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승객이 많고 적거나 지하철이 얼마나 빠르게 운행되느냐에 따라 편차가 심하므로 구체적인 노선 및 운행구간별 전자파 세기는 알려줄 수 없다"며 "2~3차 조사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제시한 인체보호기준 833mG 대비 최소 0%에서 최대 18.7% 수준이기 때문에 인체에 안전하다는 게 과학원 입장이다. 캐나다 토론토 (평균 30mG), 영국 (160~640mG), 필란드 (3~2900mG) 등 다른나라에 견줘도 전자파 세기가 약하다.
과학원 관계자는 "833mG 이상일 경우 사람의 중추신경계통에 전기가 흘러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세계보건기구(WHO) 공식 입장"이라며 "하지만 장기간 노출됐을 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발표한 것이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엔(UN) 산하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지난 1999년 전자파를 발암인자 2급으로 분류해 '발암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규정했다. 또 이보다 강하지 않더라도 장기간 노출될 경우 만성피로나 불안감, 면역 호르몬 감소, 기억력 부족 등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국내외 전문가는 분석하고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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