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 송전선 아래 토지를 매입한지 30년 뒤에야 철거요구를 했다고 해도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임모씨(여·73) 등이 한국전력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전부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대법1부는 "송전선이 설치돼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토지를 매입했고 그 이후에도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점만으로 토지 무단사용을 묵인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송전선 설치 당시부터 불법점유라고 볼 수 있는데도 소송 제기 전까지 30여년 동안 적법한 토지 사용권을 취득하려 노력했다거나 손실을 보상한 사실이 없다"면서 "공익적 성격을 가진 국가 시설물이고 이전에 많은 비용이 든다고 해서 송전선 철거요구가 권리남용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임씨 등은 1978년~1981년 광주시 탄벌동 일대 특별 고압송전선(34만500볼트)이 지나는 임야와 밭을 매입했지만 2009년에 와서야 송전선 철거와 사용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과정에서 한전 측은 임씨 등이 땅을 매입할 때부터 송전선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도 30년이 지난 뒤에야 철거요구를 하는 것은 권리남용이고 송전선을 이전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며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1,2,3심이 모두 다른 판단을 내렸다.
1심에서는 임씨의 청구가 정당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정확한 이득금액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송전선 철거요구만 받아들여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송전선이 공익적 성격을 가지는데다 이전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이유를 들어 송전선 철거요구는 기각하고 대신 무단 점유로 얻은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이 '송전선의 존재를 알고 토지를 매입했고 30년 동안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해서 불법점유를 용인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2심의 판결을 뒤집는 등 사실상 원고 측 주장의 대부분을 받아들이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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