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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프로보노' 불황에도 진화한다

시장포화 따른 생존경쟁 속 공익에 관심
노숙자·이주노동자는 물론 영역 다각화
로펌 '프로보노' 불황에도 진화한다
지난 2012년 법무법인 광장의 홍석표 변호사(가운데)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등과 공동으로 장애인차별 시정을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공익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내 로펌업계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무료 공익소송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부쳤다.

변호사 시장이 포화상태로 치닫으면서 공익소송에 대한 법조계의 관심이 줄어 들 것이란 우려와 달리 사회적 책임을 위한 '프로보노(사회적 약자를 위한 무료법률서비스)' 활동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법조인들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노숙자 등 소외층 지원 다각화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익을 위해 사실상 무료로 진행되는 공익소송이 국내에서 본격화된 것은 지난 2000년 개정된 변호사법에 의해 변호사의 공익활동이 의무화 되면서부터다.

하지만 활동 대부분이 법률상담과 강연 등에 치중됐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소송지원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이 한동안 제기됐다.

그러던 중 2000년대 중반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강화 바람이 불자 4~5년 전부터 법조계에서도 대형로펌을 중심으로 자발적 공익소송이 늘어났다는 게 법조인들의 전언이다.

로펌들은 공익소송의 취지를 살려 장애인과 노숙자, 북한이탈주민 등 소외계층을 위한 광범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직접 법률안까지 마련하는 등 아동학대의 예방 및 보호 활동을 펼쳐온 충정은 관련 기관.단체에 수시로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충정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의뢰하는 공익소송을 연간 10건의 내에서 무료로 수행하고 있다.

화우는 본인도 모르게 명의가 도용당해 피해를 입은 '노숙자 대출사기사건'과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 불법구금과 고문을 통해 조작된 '학림사건' 피해자들과 가족 200여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등을 공익소송으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광장은 2012년 12월 대선 TV광고에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화 및 자막을 삽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시정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2014년 지방선거부터 이를 시정하겠다는 내용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 밖에 태평양과 바른은 이주노동자들과 난민 등 법률소외계층들의 인권을 위해 무료로 사건을 대리해주고 있다.

■운동선수 권익보호도 무료 지원

최근에는 사회적 약자뿐 만 아니라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소송도 진행돼 눈길을 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독도는 우리땅' 피켓을 들었다는 이유로 메달 박탈 위기에 놓였던 박종우 선수 사건을 무료로 지원한 김앤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해명서한, 징계위원회 질의답변 리허설 등에 주력한 결과 박 선수는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게 됐다.


김앤장은 지난 4월에는 도핑검사 규정 위반으로 세계배드민턴연맹(BWF)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이용대 선수와 김기정 선수에 대한 무상 법률지원을 통해 징계취소 결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들의 자격회복을 위해 스포츠중재재판소에 BWF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중재를 제기하는 동시에 연맹 측에도 꾸준히 문제를 제기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은 "우리 사회에서 법조인들은 본인의 탁월한 능력과 피나는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올랐지만,

실제로 받고 있는 혜택의 반은 사회가 제공한 것"이라며 "법률가와 같은 전문지식인들은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것의 일부를 어떻게 사회로 돌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