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정지원 특파원】최고경영진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는 아시아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의 후계구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금융투자분석 회사인 S&P캐피털 IQ의 자료를 인용, 아시아 10대 IT 기업들 중 삼성과 캐논, 폭스콘, TSMC, 히타치 등 절반의 최고경영자(CEO)들이 60세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에 비해 미국의 10대 상장 IT 대기업 가운데 60세가 넘는 CEO는 시스코시스템스의 존 챔버스가 유일하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의 모리스 창 설립자 겸 회장은 올해 83세이다. 그는 지난 2005년 은퇴했으나 4년 뒤인 2009년 금융위기로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결국 일선에 복귀했다.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은 72세,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 겸 CEO는 79세다. 또한 '중국의 삼성'으로 꼽히는 화웨이의 런정페이 창업자도 70세로 '고령 CEO'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경영진의 고령화로 후계자 구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세계 4위 PC업체인 대만 에이서(Acer)의 스전잉 회장은 2004년 자진 사퇴한 뒤 2013년 다시 회사 경영에 복귀했다.
그는 "약 6개월간 후임 회장을 물색했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후임 경영자 선정과 관련, 어려움을 겪는 것은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다.
스탠퍼드대학이 올해 초 미국 CEO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 중 25%만이 기업을 이끌어갈 후계자를 선정해 놓았다고 대답했다.
WSJ는 "후계자 구도에 있어 아시아 IT 기업들의 문제가 더 심각한 이유는 이들 기업의 성공 여부가 창업자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아시아 하드웨어산업의 경쟁구도가 바뀔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윌리 시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는 "상당수 아시아 기업들은 창업주의 강력한 리더십에 의해 큰 성공을 이뤘기 때문에 이들이 회사 일에서 손 떼지 않도록 잡아두고 있다"며 "최고 지도자가 모든 결정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 밑의 사람들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적다"고 말했다. jjung7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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