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사이버수사관이 많이 있음에도 큰 상을 받게 돼 송구스럽습니다. 훌륭한 선·후배들과 함께 많은 사건들을 해결하다보니 행운이 온 것 같습니다."
지난 달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회 대한민국 사이버치안대상 시상식'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은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황인찬 경위(43·사진)의 겸손한 수상소감이다.
부산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황 경위는 지난 2001년 11월 사이버 특채(2기)로 경찰에 들어온 이후 10년 넘게 일선 현장을 누비며 사이버 수사에 투신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교내 전산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경찰에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생기면서 먼저 경찰에 입직한 선배의 권유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 경위는 지난 2006년 중국 해커 등과 공모해 국내 유명 게임 사이트를 해킹한 일당을 적발, 경사로 특진했다. 이후에도 2011년 3월 게임 서버 디도스(DDoS) 공격 피의자 검거, 같은 해 5월 소액결재 사기 성인사이트 운영자 검거, 2012년 10월 아동·청소년 음란물 대량 유포자 검거, 올해 3월 성매매업소 인터넷 광고 피의자 검거 등 굵직굵직한 사이버범죄 사건들을 해결하며 사이버범죄 수사관의 '모범'이 돼왔다.
사이버범죄 수사관으로서 황 경위가 가장 중요시하게 여기는 것은 '끈기'다.
"피의자 검거가 우선인데 사이버범죄 피의자들은 해외에 나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에 있다고 해도 대부분 IP는 해외를 경유한 것이고요.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는 실체를 파악하기가 힘들어요. 꾸준히 관련 계좌를 살피고 접속 IP 등 단서를 찾아야죠. 중간에 포기해버리면 범죄자를 잡기란 불가능합니다."
황 경위는 지난 9월 '1400억원대 도박형 사설 선물거래 업체 적발' 건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았다. 정상적인 선물거래가 법인회원에 의해 운영되는 것과 달리 사설 거래에는 허황된 광고에 속은 주부와 자영업자, 회사원 등 1500여명이 피해를 입었다.
황 경위는 최근 3년 동안 부산 지역 30여개 초·중·고교를 돌아다니며 1만600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사이버범죄 예방교실' 강연을 실시하며 사이버범죄 수사뿐만 아니라 예방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벌이고 있다.
황 경위는 "사이버범죄 유형과 예방법 등이 강연의 주요 내용이라"며 "일종의 '찾아가는 교육서비스'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어비범죄는 일반범죄와 달라 청소년들에게 죄의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음란물 유포나 인터넷 도박, 저작권 침해 등이 범죄가 죄는 지, 안 되는 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황 경위는 "현장에서 뛰다보니 강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한데 전문적인 강사교육을 받아 사이버범죄 예방전문 강사로 거듭날 것"이라며 "앞으로 학생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사이버범죄 위험성과 예방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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