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전문병원 위탁 등 올해까지 125곳 진출
성장동력 가능성 크지만 자본 없이는 안착 힘들어.. 국민연금 등 참여 절실
국내 의료기관들이 해외진출에 나섰으나 자금 부족으로 애로를 겪고 있어 금융기관과의 파이낸싱 등을 통한 협력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일각에서는 자금이 풍부하고 장기투자가 가능한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의 협력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해외진출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해외진출 의료기관은 지난 2010년 이후 4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2010년 58곳, 2011년 79곳, 2012년 91곳에 이어 2013년 12월 111곳, 올 들어서는 125곳에 달한다.
초기에는 의료기관 단독진출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해외와 합작형태 진출도 늘었다. 무엇보다 자본리스크가 크다보니 병원 단독보다는 큰 자금을 투입하지 않는 위탁경영이 증가하는 추세다.
주요 현황을 보면 보건복지부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부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대형병원 의료진이 파견을 나가게 된다.
서울대병원은 내년부터 5년간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을 위탁경영하게 된다. 서울성모병원은 민간기업인 VPS 헬스케어그룹과 합작해 아부다비 중심지인 마리나몰 내에 건강검진센터를 세운다. 병원에서는 의료진 25명을 투입해 매출액 대비 10%를 운영수수료로 배분받기로 했다. 세브란스병원도 내년 초 이싱시에 건강검진센터를 짓는다. 연세대 치과대학병원은 최근 중국 칭다오(청도)에서 칭다오국제경제협력구와 함께 '청도연세국제치과병원'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일각에서는 의료사업이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어 금융지원 및 협업 등 더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해외에서 자리를 잡기 쉽지 않다는 게 의료기관의 경험담이다.
미국에 7개 지점을 보유한 최혁용 함소아한의원네트워크 대표는 "한국의 의술로 해외에 진출하게 되면 생각했던 것보다 자금지출이 크다"며 "또 법과 제도, 시장진출 마케팅 플랜 등이 한국과 달라 문화에 맞는 방법을 구상해야 하기 때문에 자본이 투입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는 공산품과 다르기 때문에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있어 기술만 가지고는 성공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우 2000년 의료기관이 대거 진출했다 많은 병원이 실패를 경험한 곳이다. 중국에 진출한 연세SK병원 심영기 원장은 "우리 병원은 중국 1호 의료기관으로 진출했는데 개인이 개원해 자금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실패한 의료기관이 많다"며 "특히 중국은 법적인 문제가 걸려 있어 힘들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배병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중소기업 제조업의 경우 무역보험 정책금융이 있어 지원이 되는데 병원은 서비스업이라 지원되지 않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제의료지원사업법에는 중소기업기업법에 따라 금융·재정적 지원을 하고 국제의료사업 지원을 위한 전담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본부 이정석 본부장은 "최근 대형병원의 해외진출이 많은데 중소병원으로 저변이 확대돼야 한다"면서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가가 참여한다면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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