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관련법 개정 추진, 전자금융 규제 완화.. 내년 하반기 시행 목표
#. A사는 올해 근거리무선통신(NFC)기술을 활용해 휴대폰으로 금융결제하는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일명 '핀테크(FinTech)'에 활용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A사는 이 기술을 핀테크에 활용하기로 했다. A사가 핀테크사업을 하려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보안성 심사를 받아야 했다. A사가 이를 위해 금감원에 문의한 결과 "보안성 심사는 금융기관만 해당해 전자결제지급대행(PG)사 등록을 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사는 PG사업자 등록을 추진했다. 이번엔 PG사 등록의 요건 중 자본 10억원 이상의 조건에 막혔다. 갓 창업한 A사가 10억원이 있을 리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벤처투자사를 찾아가 투자를 의뢰했다. 이곳에서도 "금융사인 PG사는 벤처투자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금융기관인 벤처투자사가 또 다른 금융기관에 돈을 투자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결국 A사는 애써 NFC 기술을 개발하고도 규제에 막혀 핀테크 사업을 시작도 못한 채 허송세월만 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에 전자금융거래법을 비롯한 전자금융제도 전반에 대한 규제완화를 추진한다. 위 사례에서와 같은 걸림돌을 치워 핀테크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년에 핀테크 육성을 위한 규제완화 차원에서 전자금융거래법을 비롯한 시행령·세칙·규준을 전면 손질하는 '핀테크 육성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추진
금융위는 현재 준비 중인 '핀테크 육성 정책'의 골격을 연내 마련하고 내년 1월 중순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에 각계 의견수렴과 유관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전자금융거래법과 유관 규정을 개정하는 세부방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 후 하반기에는 국회 통과를 전제로 핀테크 육성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금융위가 추진하는 규제완화의 핵심은 사전적 전자금융 규제완화다. 그 일환으로 특정기업이 PG사를 설립하려 할 경우 걸림돌로 여겨져온 자본금 10억원 기준을 대폭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PG사 설립 시 자본금 10억원은 벤처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로 진입장벽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는 우수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들이 핀테크 사업을 시작하는 데 초기자본 마련이 수월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는 한편 관련 규제는 다소 완화해 관련 기업들의 참여를 원활하게 하려는 취지다.
정보기술(IT) 기업이 핀테크 관련 정보기기나 기술을 개발한 후 금감원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보안성 심사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가 정한 카드정보 저장 PG사 기준 중 '자체 부정사용방지시스템과 재해복구센터를 구축하고 40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춘 PG사는 카드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내용도 완화하는 방향으로 수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IT금융융합협의희를 격주로 열어 핀테크 육성을 위한 의견수렴을 한 후 내년 1월 중순 대통령 업무보고에 정책방향을 보고할 예정"이라며 "그후 내년 상반기 중 핀테크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전자금융거래법 등 규제들을 구체적으로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규제완화 대상은 PG사와 관련된 내용"이라며 "핀테크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제2금융권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인터넷전문은행도 중장기적으로 도입한다. 다만 핀테크 시장이 활성화되는 시점에 도입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은 도입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일단 핀테크 시장이 무르익어 저변이 튼튼해진 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초기단계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제2금융권을 대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저축은행·카드·증권·캐피털 등 금융사들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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