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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실크로드를 가다] (16·끝) "한류문화 전파 앞장선 해양실크로드 대장정 의미 깊어"

글로벌 대장정 마무리 좌담회

[해양 실크로드를 가다] (16·끝) "한류문화 전파 앞장선 해양실크로드 대장정 의미 깊어"

'First-Class 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부산파이낸셜뉴스가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와 공동기획한 '2014 해양실크로드 글로벌 대장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대장정에 나섰던 한국해양대 실습선 한바다호는 세계 14개국 15개 항구에 이르는 87일간의 항해를 마치고 지난 10일 부산 동삼동 한국해양대 학내 부두에 입항했다. 한국해양대 해사대 학생 91명과 전국 대학생 선발탐험대 22명으로 구성된 123명의 탐험대는 지난 9월 16일 포항 영일만항을 출발해 중국 광저우, 베트남 다낭,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말레이시아 믈라카, 인도 뭄바이, 오만 무스카트, 이란 반다르아바스, 스리랑카 콜롬보 등으로 이어지는 해양실크로드를 답사했다. 이들은 항해기간 국제학술대회 개최, 혜초기념비 설치, 다큐멘터리 제작 등 각종 문화교류와 한류문화 전파에 앞장섰다. 이번 탐험이 우리나라 해양경제 영토를 확장해 가는 데 큰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이번 대장정 지상 시리즈에 참여한 교수진의 의견을 듣기 위한 좌담회를 열어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와 성과, 후속사업의 개선점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노주섭 부산파이낸셜뉴스 취재본부장의 사회로 지난 15일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 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회에는 정문수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장, 이윤석 한국해양대 선박운항과 교수, 김종성 한국해양대 한바다호 선장, 최낙민.박민수.김강식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 HK교수 등이 참여했다. <편집자주>

사회=노주섭 취재본부장

―항해에서 어려웠던 점, 에피소드는.

▲김종성 선장=항해 중간에 부친상으로 인해 일부 구간을 이윤석 교수님께서 맡아 주셨다. 이번 대장정을 수행하면서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날씨였다. 말레이시아 믈라카를 출항해서 인도 뭄바이로 가는 구간에 사이클론이 하나 발생해 이틀 정도 걸리는 거리를 하루 더 소요될 정도였다. 평소 피할 수밖에 없는 구간도 짜여진 항로에 따라 날씨를 아랑곳하지 않고 항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벵골만부터 시작해서 인도항 구간을 한 번도 항해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과연 조용히 잘 지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많았다. 실크로드 행사와 관련해서 탐험대들 일정이나 생활과 관련해서는 이 교수님께서 신경을 써주셨기 때문에 항해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중국 광저우에 내려갈 때는 다행히 태풍 두 개가 발생했지만 시간차를 두고 잘 지나가서 학술대회 일정도 잘 마칠 수 있었다. 이번 항해를 위해 당초 짰던 스케줄을 거의 다 잘 맞췄다.

―해적 출몰 대비는 어떻게 했는가.

▲김 선장=인도양 주변 해적 출몰지역으로 항해를 하게 되면 스리랑카 갈레라고 하는 곳에서 무장요원을 태운다. 이번에도 무장요원 4명이 탔다. 이 무장요원들은 유명한 특전단 소속이다. 항해사들하고 똑같이 당직을 수행하면서 해적 방지에 대해 같이 힘을 모았다. 에피소드라고 하자면 해적에게 경고사격을 할 때 쏠지 말지를 선장이 직접 결정해야 해 실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선장이 쏘라면 쏘고, 쏘지 마라면 쏘지 않는 것이다. 이게 항해를 하는 동안 굉장히 선장인 저한테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다행히도 해적과 맞닥뜨리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항해 도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김 선장=이란 반다르아바스에 갔을 때다. 입항식이 굉장히 소박하고 간단하게 치러질 줄 알았는데 당시에 현지인들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놀랍다. 이란 분들이 마이크를 잡고 말씀하시는 걸 참 좋아하셨다. 우리나라로 치면 시장과 항만공사 사장들이 모두 나와 반겼다. 이번처럼 의미 있는 프로젝트로 오는 경우를 처음 봤다면서 앞으로 이런 행사들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한국과 이란이 해운으로 인해 가까운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과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 선박이 왔을 때 높은 분들이 이처럼 관심을 갖고 참석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윤석 교수=지난 2012년 후반부터 해양 실크로드 탐험을 정문수 소장과 함께 기획을 하게 됐다. 선박을 운항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항구라는 것은 기항지일 뿐이다. 하지만 이번 항해를 통해 항만이라는 것이 물자만 단순하게 운송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교류하고 다른 나라의 해양문화가 자연스럽게 전파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나라 대 나라가 교류를 하는 것이다. 이런 기틀이 마련된다면 미래지향적으로 한류를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바닷길을 통해 한류를 전파하는 새로운 기틀이 마련될 수 있다. 단순한 무역로가 아닌 이렇게 상징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을 부각시킬 수 있어서 굉장히 감명을 받았다. 그간 많은 사람들이 해양강국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막상 바닷길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체감을 못한다. 우리가 이번에 다녀온 바닷길은 우리나라 무역로의 99.3% 이상의 물자를 가져오는 어찌 보면 우리나라의 '생명길'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해양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해양문화, 해양 바닷길에 대해 범사회적으로 공감대를 갖고 인식해야 한다. 더 많은 바닷길과 외국의 문화들을 앞으로 더 많이 배워야 한다. 후속적으로 이 사업을 계속 진행한다면 다음에는 좀 더 확대해서 세계해양실크로드로 잡았으면 한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해양 브랜드라든지 조선, 해운, 수산 쪽의 브랜드 가치를 전 세계 해양도시를 돌면서 전파하는 계획을 5년 후쯤으로 계획된 신조 선박이 건조되는 시기에 맞춰서 국가적으로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낙민 교수=이번 대장정 첫 기항지였던 중국 광저우항에 대해 글을 썼다. 광저우라는 도시는 중국에서 한 번도 폐쇄된 적이 없는 유일한 항구도시다. 유일하게 폐쇄되지 않았던 근거가 어디 있을까 궁금했었다. 광저우 학술대회를 준비하면서 마지막 3일 전에 큰 사고가 생겼다. 상대 쪽에서 문제가 생겨 학술대회 개최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게 된 것이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24시간 투쟁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이 결국 인간적인 관계의 중요성이었다. 서로 신뢰가 있어야 항구라는 것이 기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범선의 시대라고 하는 것은 항상 자연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사항들이다. 만약 말레이시아 믈라카에서 바람을 기다릴 때 서로 신뢰가 담보되지 않았으면 과연 항구가 작동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해양실크로드가 이토록 오랜 세월 문제 없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가장 중요한 근거를 찾는다면 해양도시와 사람들 간의 끈끈한 신뢰가 바탕이었다고 생각한다.

[해양 실크로드를 가다] (16·끝) "한류문화 전파 앞장선 해양실크로드 대장정 의미 깊어"
부산파이낸셜뉴스는 지난 15일 부산 동삼동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 회의실에서 '2014 해양실크로드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노주섭 부산파이낸셜뉴스 취재본부장, 김종성 한국해양대 한바다호 선장, 이윤석 한국해양대 선박운항과 교수, 최낙민.박민수.김강식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 HK교수, 정문수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장.


―시진핑 중국 주석의 해양실크로드에 대한 관심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나.

▲최 교수=지난해부터 시진핑이 이야기하고 있는 게 '일대일로'다. 이는 결국 중국의 당대 대제국을 건설하겠다는 뜻이다. '일대'라고 하면 육상실크로드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일로'는 해양실크로드를 말한다. 저희가 파트너로 잡은 광저우 중산대학에 뭐가 만들어졌느냐 하면 '신해양실크로드' 연구기지가 만들어졌다. 중국이 동남아 전략기지로 채택한 것이 바로 신해양실크로드다. 중국 동남지역은 거의 신해양실크로드로 모든 것들이 화두가 돼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의 시진핑이 추구하고 있는 해양정책의 단면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중국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갖고 있더라. 중국 해양문화연구회에 있는 양국장 교수라는 분이 학술대회 기조강연에서 '중국은 해양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서 세 가지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했다. 첫째는 해양문화에 대한 역사적인 인식 부족, 둘째는 중국 해상에 대한 특성 인식 부족, 셋째는 해양사회에 대한 인식 부족을 꼽았다. 시진핑이 신해양시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바다의 기초적인 인식은 부족하다고 보고 있더라.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참가했던 중국학자들도 거의 동의하는 모습이었다.

▲박민수 교수=이번 대장정의 두 번째 학술대회 개최지인 인도 뭄바이에 대해 글을 썼다. 뭄바이 학술대회 주제는 해양실크로드와 해양도시였다. 내용은 실크로드에 관한 역사적인 연구라든지 해양의 미래 또는 새로운 실크로드의 가능성 등이었다. 추가적인 사업의 가능성과 관련해서 개선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우선 실크로드의 역사적 연구 수준과 누적성과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새로운 관계에 접근하기보다는 기존의 연구를 재차 소개하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해양의 미래나 해양실크로드의 전망에 대해서도 그 초점이 너무 경제적인 것에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또 하나는 전망에 대한 밝은 가능성을 말씀했지만 문제점에 대해서는 침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제목도 해양실크로드와 해양도시인데 해양도시에 대한 주제발표가 상대적으로 굉장히 미약했다. 새로운 실크로드를 이야기하자면 도시가 갖고 있는 측면, 실제로 해양실크로드일 경우에는 해양도시가 갖고 있는 새로운 측면이 부각되는 것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지구화는 빈익빈 부익부와 같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해양실크로드를 이야기할 때 해양도시나 해양실크로드의 확산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김강식 교수=유라시아 대륙의 관문인 부산에 대해 집필했다. 역사를 전공하는 입장에서 고대시기에 있었던 해양실크로드를 21세기에 재현했다는 것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 우리 문화 원형이 육지만을 통해서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바다 쪽에도 열려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아쉬운 점은 현재 시점에서 보면 21세기 해양실크로드의 기점이 부산인데 부산시의 관심이 너무 없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 사업이 계속 진행된다면 해양수산부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부산시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 해양국가들과 서로 관련된 자료를 같이 정리하는 작업이 됐으면 좋겠다. 해양도시를 특정해서 심층적으로 연구를 하면 앞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광저우에 가보니까 8세기부터 지금까지 연결된 해양선이 문화자원으로 남아있는 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는 이런 것들을 개발과정에서 없애버렸기 때문에 상당히 아쉬웠다. 말로만 해양이라고 하지 실제로는 이런 부분에 대한 투자가 없었다. 중국은 지금 '신해양실크로드'라고 해서 국가적인 차원으로 연구하고 있다. 일본도 이미 10년 전부터 해양실크로드에 눈을 떴다. 우리나라는 이러다가 동쪽 기점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든다. 이번에 실크로드 창출식을 포항에서 했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사실상 신라의 관문인 울산에서 해야 했는데 이런 부분이 안됐다는 게 아쉽다.

▲정문수 소장=전반적으로 정리해 이야기하겠다. 이번 항해를 하면서 느낀 점은 연구자들이 실제로 그 도시에 가서 현장체험을 해야 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문학자들이 제일 필요한 것은 실무 등의 현장경험이다. 필드,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실습선을 몇 번 타봤기 때문에 운항하면서의 애로사항들을 많이 알고 있다. 해양도시 연구자들이 실습선에 같이 동행해서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고 이런 와중에서 살아있는 글이 나올 수 있다. 밖에서 볼 때와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처음 기획할 때 자연과학자라든지 해양학자 등 전문가들이 같이 논의가 되고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한국해양대 실습선이 실습을 할 때 가능하면 연구소 교수님들이 한 명씩 참여를 했으면 한다. 선상에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나 난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을 체험해봐야 살아있는 글이 나온다. 제일 중요한 것은 관광객들이나 자국민들이 많이 가는 대표적 박물관에 우리나라 한반도가 연결된 해양실크로드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후속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된 것은 없다. 만약 시도가 이뤄지게 된다면 세계일주 형태로 할 생각이다. 우리가 하게 된다면 태평양을 거꾸로 돌아서 유럽으로 가게 된다. 새 선박으로 건조가 추진 중인 한국해양대 실습선은 지금 배보다 더 큰 것으로 계획되고 있다.


▲김 선장=어느 나라든지 새로운 선박이 만들어지면 그 선박으로 세계일주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 나라의 경제력, 해운, 조선, 수산, 즉 해양강국임을 과시하는 상징적인 항해를 반드시 하도록 돼있다. 이번 대장정의 후속사업으로 세계일주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전파할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라든지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하나씩 준비해 보려고 한다.

정리 = sr52@fnnews.com 강수련 기자 <fn·부산fn·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硏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