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털고 가게 안 사무실로 들어가 폐쇄회로(CC)TV 영상까지 삭제한 뒤 도망친 '간 큰 도둑'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편의점에 설치된 ATM의 앞문 틈새를 노루발못뽑이(일명 '빠루')로 열고 돈다발을 챙겨 달아난 혐의(특수절도)로 김모씨(40)를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2년 1월부터 최근까지 최소 8번에 걸쳐 총 1400만원 상당을 편의점 안팎에 설치된 ATM에서 챙겨 달아난 혐의다.
조사결과 김씨는 일당을 받는 배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어렵게 유지하다 배달 중 교통사고를 내고 수백만원의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결심했다.
그는 오전 2∼3시께 영업을 하지 않고 무인경비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은 편의점만 노렸다. 대부분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을 하지만 주택가에 있는 편의점 상당수는 손님이 거의 없어 문을 닫는 경우가 많고, 무인경비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은 지점도 많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배달하러 다니면서 사전에 여러 차례 범행장소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현장답사'까지 했다. 일반인은 ATM 잠금장치를 힘으로 열기가 쉽지 않지만 180㎝에 큰 체격인 김씨는 힘으로 ATM을 부쉈다.
그는 한 번 범행에 성공하자 점차 대범해졌고, 검거 3개월 전 다시 배달 중 교통사고를 낸 이후 또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후에는 편의점 안 사무실로 들어가 CCTV 영상을 삭제하거나 아예 저장장치를 뜯어내는가 하면 이동 중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은 지난 8일 '편의점 바깥 현금인출기를 강제로 뜯어내고 현금을 훔치려다 도망간 사람이 있다'는 112 신고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주택가에서 잠복 끝에 김씨를 검거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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