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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20년 한국형 성공모델 만들자] (2) 주민 삶의 질 향상이 최우선.. 살맛 나는 지역사회로

(2) 이젠 지역공동체다



#.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는 고도성장에 따른 공해와 자연파괴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개발에 대한 주민의 반대운동이 심화됐다.주민과 행정 간 타협의 결과물로 마치츠구리(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운동)가 탄생했다. 이에 따라 1982년 마을 만들기 조례가 제정됐고 1992년 마을 만들기 지원센터를 설치해 주민.기업.행정기관 3자의 중간에 위치해 주민의 자주적 마을 만들기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 미국 보스턴시 커뮤니티 재생사업도 지역 커뮤니티 구성원의 자발적이고 주체적 참여와 공공부문의 지원 아래 마을 만들기사업이 진행됐다. 지역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주민협의회 구성으로 기획 과정의 효과적 운영을 도모하고 공공성과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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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지역주민이 공동체정신과 참여의식을 바탕으로 민관의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진행된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형 지방자치 모델의 관심도 뜨겁다. 우리만의 자치모델을 만들자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이에 대한 구체적 전망과 대안은 여전히 미흡하다.

자칫 한국형 모델에 집착할 경우 글로벌 흐름과 배치될 수 있는 폐쇄적이고 자기 만족적 논의에 매몰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결국 한국형 지방자치 모델은 그동안 추진돼온 역사적 흐름과 궤적을 계승하면서 현실의 적합성을 발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현실적 방법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지역공동체'가 하나의 해답으로 떠오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증앙집권적 국가의 관리체계보다 분권적이며 지역이 활성화된 지역 중심의 관리체계가 대세로 떠오른다. 지역 중심의 생태계적 함의와 '회복력(resilience)' 개념이 부각되면서 지역공동체 활성화의 중요성과 의의가 제고되고 있다.

■'가운데가 텅 빈 사회'의 경고

시장의 무한질주에 따른 경쟁 격화와 도시 간 양극화가 지방자치의 자립요소를 파괴하는 중대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삶의 질 지수가 32위로 거의 꼴찌다. 자살률은 OECD국가 중 1위로 국민 10만명당 28.4명이 자살해 OECD 평균 11.2명에 비해 두배 이상 높다. 아울러 출산율도 1.25명으로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며 층간소음, 성폭력, 가정폭력, 실업 등 각종 사회문제가 초래되면서 공동체 붕괴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장과 정부의 노력은 한계점에 직면하고 있고, 구성원 간 불신도 커지고 있다.

외형적 성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행복지수는 이와 반대로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다. 개인의 삶의 질이 외형적 성장과 부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외형적 성장 일변도의 정책 방향이 개인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지 못하면서 '가운데가 텅 빈 허약한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가 고도화되면 정부와 모래알같이 흩어진 시민사회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삭막한 사회가 도래한다는 이른바 '가운데가 텅 빈 사회'가 본격 도래한 것이다. 공동체 차원에서 해결·흡수 가능한 사회적 건강성과 '지역 필터'가 사라짐에 따라 살맛 나는 지역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국가, 시장, 시민사회 측면에서 정부와 시장 (혹은 개인) 사이에 존재하던 지역공동체를 포함해서 수많은 공동체가 점점 소멸하고 있다. 시민사회나 지역공동체가 공동화되면서 가운데가 텅 빈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함에 따라 개인은 성숙한 시민사회나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공교육, 보육, 환경 문제 등을 협동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돈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개인은 돈과 시장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처방, 보육정책, 환경대책 등으로 정부의 부담도 급증한다.

'가운데가 꽉 찬 사회'를 만들 필요성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과 국가에 의존해 지탱해 온 기존의 국가적 모델은 이제 폐기처분될 운명에 놓였다.

■지역공동체가 답이다

요즘 제2의 도약과 질적 성장을 위한 신뢰에 기반한 사회적 자본 축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방자치의 새로운 대안으로 '지역공동체'가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이유다. 여기에는 양적 발전보다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질적인 발전, 지역발전을 위한 정부의 재원부담 등의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공동체 활성화는 과거 관 주도 방식, 경제개발 논리에서 벗어나 민관협력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 요인이다. 환경.문화.복지.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지역공동체 논의가 표면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공동체 구성원 간 연대감과 공동체 의식 함양을 통해 지역 문제의 갈등 완화, 신뢰 축적을 통한 시민의식 고양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지역공동체 경제주체들은 시장과 정부가 해결하기 어려운 작지만 가치 있는 경제 문제를 해소하고 그 과정에서 공동체 구성원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매력적인 요소다.

종래 중앙이 주도하던 외생적 발전과 달리 지자체 및 지역공동체가 주도하는 내생적 발전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는 것도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증가하는 주된 배경이다.

외생적 지역발전이 지역발전의 목표와 전략을 중앙정부와 관료, 전문가집단이 기획·추진하는 하향적 방식인 데 비해 내생적 지역발전은 발전의 동인과 주체를 지역 내부에서 찾고 발전 성과도 지역에 귀속되는 상향적 방식이다. 지역이 주도해 해당 지역 자원을 활용해 발전을 꾀하는 이런 전략은 지역개발 혹은 지역 경제성장이라는 총량적 목표보다는 주민의 소득 증대, 일자리 창출, 행복 증진을 추구하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 개인을 염두에 두지 않는 지역개발이나 국내총생산(GDP)으로 대변되는 '지역의 총량적 성장'보다는 지역주민의 '체감적 행복'이 더 중시된다. 하지만 지역공동체 활성화 추진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중앙정부와 지방, 시민사회의 3각 협력이 필수적이다.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고 획일적인 중간지원 조직 설치, 공동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공동체 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등 벌써부터 부작용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정부·지자체 역할 생태계 조성 국한해야

하지만 지금의 지역공동체는 중앙부처가 경쟁적으로 내세운 정책사업 위주로 추진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와 마을공동체 활성화, 그리고 일련의 사회적 경제조직(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양성 등의 중앙부처 정책사업이 시행돼 각 지역 주민이나 풀뿌리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소위 말하는 '깔때기 현상'과 중복지원의 비효율성 등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급조된 주민참여, 물적 환경정비에 치중한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더해 지역여건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공동체 활성화 추진 등으로 당초 의도한 지역공동체와 다르게 변질되는 양상도 표면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집중적이며 획일적인 관리체계보다 지역주민에 대한 실질적 권한 부여와 역량 강화, 학습공동체로서의 적극적 참여와 주도, 다양성에 의한 지역발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지적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공동체가 주민참여 혹은 주민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원을 집중하는 역할에 치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다양한 지역공동체가 연대하고, 유기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연계.협력하는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협조자, 지원자 혹은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김현호 연구원은 "지역공동체 사업은 전문성을 지닌 부처를 중심으로 한 패키지 지원 등을 통해 부처 간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부처 간 협력을 총괄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지역공동체위원회'를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