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수출업체를 설립한 뒤 허위수출서류로 무역보험공사나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액의 사기대출을 받은 업자와 브로커 등이 검찰에 적발됐다.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 수출업체에게 수출 실적 등의 간소한 절차만으로도 쉽게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수출신용보증 제도'를 악용한 사례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노정환)는 13일 사기 혐의로 유령업체 대표 4명을 구속 기소하고 브로커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영장실질심사에 불응한 다른 유령업체 대표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도피 중인 업자 1명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검찰에 따르면 유령업체 대표들은 의류 등의 수출 실적이 있는 것처럼 허위 서류를 만들어 무역보험공사 등의 보증을 받은 뒤 시중은행 4곳으로부터 총 24억3800만원을 사기대출을 한 혐의다. 이 유령업체는 대출을 받은 뒤 폐업하고 잠적했고, 보증을 섰던 무역보험공사 등은 나랏돈으로 이들 업체의 은행 빚을 갚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유령업체 2곳을 세운 신모씨는 의류수출업체에 업체 명의를 빌려줘 마치 해당 업체들이 6억7000만원 상당의 수출을 한 것 처럼 수출 실적을 날조해 2009년 8월부터 2010년 2월까지 3차례에 걸쳐 2억3000만원의 사기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대출에 가담한 브로커 3명은 유령업체 대표들을 모아 허위 실적 서류를 작성하고 대출금의 10∼30%를 알선료로 챙긴 혐의다.
검찰은 브로커들이 서울 동대문 등지에서 해외로 옷을 파는 소상인들이 주로 대행업체에 수출신고 등의 절차를 맡기는 경우를 악용, 대행사 등으로부터 입수한 이들의 수출거래 내역을 유령업체의 실적인 것처럼 꾸몄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은 공공기금의 신용보증에 따른 대출은 변제가 되지 않을 경우 무역보험공사 등이 대위변제 하기 때문에 대출은행도 형식적인 서류 심사만을 한 공공기금의 신용보증제도를 악용한 사례로 보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은행은 사전 예고 뒤 해당 업체를 방문해 유령업체인지를 확인했으며, 업체들은 이를 악용해 1∼2개월간 임시로 빌린 사무실에서 브로커 등을 직원처럼 부려 실제 수출기업인 것처럼 행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모뉴엘 사태 역시 무역보험공사 등과 대출은행의 형식적 대출심사에 기인한 것인 만큼 이 사건을 통해 공공기금 대출보증 심사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며 "부실대출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어 대출보증 심사제도 보완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