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한국인의 삶] (10) 파리서 파리바게뜨 빵 사먹고, 베트남선 초코파이가 제사상에..

<10> 세계로 뻗어가는 식품 한류

[한국인의 삶] (10) 파리서 파리바게뜨 빵 사먹고, 베트남선 초코파이가 제사상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를 위해 특별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는 "한국의 된장찌개를 좋아한다"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특히 펑 여사는 "김치를 만들어봤고, (만드는) 기술을 더욱 개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찬 뒤에 박 대통령은 시 주석 부부에게 '천삼(天蔘)'을 전달했다. 천삼은 '홍삼계의 프라다'로 불리는 명품 브랜드다.

관련기사 ☞ 한국인의 삶



이후 박 대통령은 같은 해 12월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한국을 찾은 동남아시아 각국 정상 영부인들에게도 최고등급의 '천삼'으로 만든 홍삼농축액이 선물로 전달했다. 홍삼 중에서도 상위 0.5%만 생산되는 최고등급의 '천삼'으로 만든 농축액으로 홍삼 중의 홍삼으로 불리는 '홍삼정 천(紅蔘精天)'이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시진핑 국가주석뿐만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 동남아시아 정상의 영부인 등 각국의 최정상급 인사들에게 천삼이 제공됐다"고 설명했다.

천삼은 인삼산업법에 근거해 20년 이상 경력의 홍삼장인들이 직접 엄격한 과정을 거쳐 선별한 제품이다. 홍삼은 대한민국을 대표해 국빈들의 선물로 자주 애용돼 왔다. 1964년 육영수 여사는 대만 장제스 총통의 부인에게 홍삼을 선물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1993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을 비롯해 1995년 중국 장쩌민 주석의 방한과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방한에도 홍삼이 전달됐다.

[한국인의 삶] (10) 파리서 파리바게뜨 빵 사먹고, 베트남선 초코파이가 제사상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지난해 7월 서울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특별오찬을 마친 뒤 선물을 교환하고 있다. 박 대통령 앞에 한국 특산품인 천삼이 놓여 있다. 청와대 제공


■라면이 수출 물량 1위

한국산 식품과 농수산물이 글로벌 시장에서 명품으로 각광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천삼뿐만 아리라 초코파이, 라면, 버섯, 김치, 감귤 등 품목이 다양해졌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축수산식품 중 라면이 수출금액 상위 1위를 수년째 차지하고 있다. 라면은 지난 2011~2013년 수출 금액 1위를 기록 중이다. 2013년 라면 수출량은 총 2억9790만달러어치에 달했다. 국산 라면 수출 1위 선봉장은 농심 '신라면'이다.

신라면은 세계 90여개 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지구촌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한류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마케팅협회와 중국 인민일보 인터넷판 '인민망'이 중국인 1만7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농심 신라면이 한국의 명품으로 선정됐다. 신라면이 처음 출시된 1986년 10월 이후 2013년까지 국내 누적판매량은 약 230억개에 달한다. 지구를 105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농심은 신라면의 맛과 디자인을 출시 28년 만인 2014년 처음으로 바꿨다. 농심은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을 넘어 글로벌 라면 시장에서 신라면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제품을 리뉴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장 디자인은 오히려 단순하게 했다. 새로운 신라면 디자인은 '신라면의 글로벌화'라는 목표에 따라 매울 신(辛)자가 가지는 브랜드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했다. 세계 90여개국에서 팔리는 제품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인 만큼 브랜드 정체성의 강조가 필요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라면은 일본, 중국에서부터 유럽의 지붕인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중동 및 그동안 수출실적이 없던 이슬람국가, 세계 3대 폭포로 불리는 나이아가라 폭포,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아레나스에서도 팔리고 있다. 한국은 몰라도 신라면은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올해는 인종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신라면의 영향력과 위상을 더욱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마오쩌둥의 말을 패러디한 '매운 것을 못 먹으면 사내 대장부가 아니다(吃不了辣味非好漢)'는 광고문구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인기에 힘입어 농심 해외매출 중 중국이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이 만들고 세계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세계 1등 제품에 의한 세계 일류회사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시장 개척으로 '신라면 100개국 수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라면시장에서 신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매출은 4800억원에 달한다. 해외 시장을 포함하면 매출은 7000억원에 이른다.

[한국인의 삶] (10) 파리서 파리바게뜨 빵 사먹고, 베트남선 초코파이가 제사상에..
농심 신라면, 오리온 초코파이, 정관장 천삼 (왼쪽부터)


■초코파이, 베트남서 제사상 올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산 식품 중 라면, 음료에 이어 수출물량 3위는 젤라틴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 받은 젤라틴은 다양한 식품의 재료로 사용된다. 특히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적이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과자로 자리잡은 초코파이에 들어가는 마시멜로의 주재료가 젤라틴이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뛰어난 맛과 품질을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한 해에만 약 20억개 이상이 팔리는 메가 브랜드다. 초코파이는 1990년대부터 중국, 러시아 등을 비롯한 해외 각지로 진출했다. 중국에선 신랑 신부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들의 결혼식에 와준 사람들에게 답례품으로 초코파이를 선물할 정도다. 지난해 약 1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초코파이는 다른 제품들의 매출 증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오리온 초코파이가 제사상에 오를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2014년 초에는 초코파이 누적 판매량이 20억개를 돌파하면서 베트남 진출 8년 만에 누적매출액 30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초코파이는 차를 많이 마시는 러시아 문화에도 잘 어울려 인기가 좋다. 지난 1990년대 초반 부산을 중심으로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의 초코파이 구매 붐이 일면서 처음으로 러시아에 진출했고, 1993년부터는 직접 러시아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초코파이의 국내 누적매출액은 지난 2003년 제과업계 최초로 1조원대를 넘긴 데 이어 지난해까지 2조원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