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 붐을 타고 불기 시작한 비정규직 논란이 국회 인턴제도 처우 개선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애초에 인턴제가 시행된 이유 자체가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아닌 데다 '비정규직 공화국'이라는 국회 특성과 맞물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시 되고 있는 청년실업 악화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의원실 인턴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데엔 인턴제 태생 배경부터 봐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턴제가 도입된 배경이 청년실업 문제를 국회에서 일정부분 해결하기 위한 게 아닌 입법기관과 행정기관간 소위 '알력 문제'였다는 게 1차적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의원실 보좌관이 오를 수 있는 최고 급수는 4급이다. 이에 반해 일반공무원은 경우에 따라 그 이상으로 승진이 가능하다. 한 전직 보좌관은 "보좌관들 사이에선 이 부분에 대한 불만이 컸기 때문에 때만 되면 '3급 신설' 법안을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행정부 공무원과 엇비슷한 지위를 달라는 게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법안이 발의될 때마다 국회는 여론 악화에 시달렸고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결국 4급 자리를 두 개로 쪼개 각각 정무·정책을 담당토록 했다고 그는 전했다. 이 과정에서 남은 예산으로 만든 게 인턴제다.
'구색맞추기'식으로 만들어진 인턴 자리인 만큼 이들에 대한 처우 문제는 뒷전인 게 현실이다. 인턴을 기용할 때부터 사실상 '일꾼'으로 이용하려는 인식이 의원실엔 팽배하다. 한 현직 보좌관은 "인턴을 뽑을 때 의원 수행을 맡기기 위해 운전 잘하는 남자를 선호했다"며 방 분위기를 전했다.
국회내 모든 인력이 사실상 비정규직이란 점에서 인턴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다는 해석도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의원부터 4년짜리 비정규직이고 재직중인 보좌진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인턴 처우를 어떻게 챙기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의원 입장에선 자신의 재선을 추진하기도 여력이 없어 인턴 처우까진 생각도 못한다고 해당 관계자는 지적했다.
청년실업이 나날이 악화된다는 점도 인턴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데 한 몫 한다. 의원실에서 인턴 모집 공고를 내면 지원자가 100명 이상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18대 국회에서 비서관을 지낸 사람이 인턴으로 '급'을 낮춰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미취업자 입장에선 인턴 자리가 공석이 돼야 자신에게 기회가 생기는 만큼 처우개선에 목소리를 적극 낼 수도 없다. 정치권 인사는 "의원실 인턴의 처우 문제는 국회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라고 했다.
ys8584@fnnews.com 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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