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보수공사를 놓고 공기업과 보수업체 직원, 아파트 입주자 대표, 시공사 직원이 서로 거액의 뒷돈을 주고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시공사가 도산한 아파트에 하자가 생겼을 때 대한주택보증이 지급하는 보수 비용을 부풀리는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유철)는 수도권 10여군데 아파트에서 하자보수 비용을 부풀리는 대가로 관계자에게 뒷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로 하자보수업체 대표 임모씨(46)를 구속 기소하고 또다른 업체 대표 이모씨(60)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모씨(50) 등 전 대한주택보증 차장급 직원 4명도 재판에 넘겨졌다.
아파트 입주자대표 김모씨(55) 등 3명과 원가산정업체, 아파트 시공자 직원 등 7명은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달아난 또다른 입주자대표 정모씨(48)는 지명수배 후 기소중지됐다.
검찰에 따르면 임씨 등 보수업자들은 수주 대가로 2500여만원을 입주자대표 김씨에게 건네고, '하자 유무·규모를 부풀려 산정해달라'며 원가산정업체 직원들과 대한주택보증 직원들에게 각각 1800여만원, 1억여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시공사 직원들은 하자조사 결과에 대한 시공사의 이의제기 권한을 포기하는 대가로 업자들로부터 1억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대한주택보증은 아파트 하자 유무와 규모를 철저히 점검해 적절한 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일부 직원이 사기업에 미수돼 불법 이익을 눈감아 줬다"며 "일부 아파트에서는 하자보수 금액이 과다하다며 시공사가 소송을 내 법원의 재감정 결과 절반 정도 축소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일부 아파트 입주자들은 부풀린 보수금액을 토대로 LED등, 폐쇄회로(CC)TV, 주차 차단기를 설치하는 등 '주민숙원사업'에 쓰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기업인 대한주택보증은 아파트 분양 후 시공사가 도산해 하자보수를 책임지지 못할 때를 대비해 아파트 건축비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증하는 일을 한다. 하자가 발생하면 아파트 입주자들은 주택보증에 하자보수금을 청구할 수 있고, 이 때 입주자 회의에서 선정된 보수업체가 이를 대신한다.
재판에 넘겨진 업자와 공기업 직원, 입주자 대표 등은 이같은 구조에서 유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감사원의 수사의뢰에 따라 일단 상위 업체 6곳에 대한 수사를 마쳤고 업계에 유착 구조가 만연해 있다고 판단, 다른 업체로도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하자보수와 관련한 유착을 적발한 첫 사례"라며 "이같은 비리로 국민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금액 전용에 대한 감독과 제재 강화 등을 관계 기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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