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경제제재와 국제유가 하락, 루블화 가치하락으로 고전하는 러시아가 지난해 안전 자산으로 막대한 양의 금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1~11월 러시아 중앙은행이 61억달러(약 원) 어치 금 152t을 매입했으며 이는 옛 소련 붕괴 이후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러시아의 금 매입 규모는 전년도에 비해 123%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세계 전체 중앙은행들이 사들인 금의 3분의 2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계 중앙은행들도 전년도 보다 13% 많은 금 461t을 매입했으며 이것 또한 지난 1971년 이후 최대 규모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보유 자산 다양화 목적으로 중앙은행들은 지난 6년동안 금 보유고를 1800t 더 늘렸다.
애널리스트들은 경제 제재로 수출할 수 없는 자국 생산 금을 러시아가 많이 사들이면서 매입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속 산업 조사 업체 GFMS의 로스 스트래한은 "러시아가 미국이나 유럽에 이득이 되는 것은 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로써는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금 매입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루블화 보호를 위해 계속해서 자산을 매각하게 될 경우 러시아가 보유 금도 매각해야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년전 5000억달러가 넘었던 러시아의 외환 보유고는 지난해말 3850억달러로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금을 매각하기 시작하려면 아직은 멀었다고 맥쿼리 애널리스트 매튜 터너가 밝혔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외에 특히 중앙 아시아국들이 금 매입을 늘려 카자흐스탄이 46t, 아제르바이잔은 10t을 사들였다.
이라크도 지난해 전반기에 48t 매입했다.
올해 국제 금값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불안과 글로벌 성장 둔화에 따른 안전 자산 수요가 늘면서 7% 올랐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떨어진데다 매입 국가들의 재정 수지 악화로 금 매입이 급증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뉴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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