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외국인들의 대탈출(엑소더스)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분쟁에 따른 서방의 제재와 경제위기가 외국인들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엑소더스는 러시아가 서방으로부터 고립되는 한편 외국 자본 역시 함께 떠난다는 것을 의미해 러시아 경제에 깊은 상흔을 남길 전망이다.
러시아 연방 이민국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유입된 피난민을 제외한 외국인 규모는 1월 현재 전년동월비 41만7000명(4.7%) 감소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인들의 감소폭이 컸다.
무엇보다 러시아에 오랫동안 대규모로 투자해왔던 독일인들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20일 기준으로 러시아내 독일인 숫자는 24만113명으로 지난해 1월에 비해 31% 급감했다.
미국인은 36%, 영국인은 38%가 러시아를 떠났고, 러시아내 스페인 국민 숫자는 1년새 41% 줄었다.
외국인 엑소더스는 우크라이나 갈등, 유가 폭락으로 러시아 경제전망이 악화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또 다른 징후다.
유가 폭락과 경제제재가 겹쳐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1년새 40% 폭락했고, 올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4.5%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침체가 러시아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타격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러시아 독일 상공회의소의 옌스 보엘만 부회장은 "(러시아 진출 외국) 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가능한만큼 (인력) 본국 송환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같은 추세가 전에는 완만했지만 지난해 말과 올 초 그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러시아내 독일 기업인 숫자는 2013년말 6167명에서 지난해 말 6000명으로 줄었다.
미국과 서유럽 뿐만 아니라 옛 소련 지역 국민들도 러시아를 떠나거나 러시아로 유입되는 규모가 줄고 있다.
이민국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내 최대 외국인 노동자들인 우즈베키스탄인들의 규모가 줄고 있다. 지난 1년간 10만명 넘게 줄었다.
또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타지키스탄 등으로부터 러시아로 유입되는 인력 규모도 지난해 극적인 감소세를 기록했다.
외국인 노동자 인권단체와 이민 전문가들은 옛 소련 지역 국민들의 유입 감소와 유출은 루블 폭락과 강화된 이민법 때문인 것으로 보고 유출 확대, 유입 감소세가 가팔라질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난민을 제외하면 러시아내 외국인 가운데 벨라루스와 중국인만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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