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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빠질라 與 수뇌부에 SOS 긴급 타전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여당 수뇌부와 긴급 회동을 가진 것은 그만큼 최근의 정국 기상도가 심상치 않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라는 분석이다.

비주류 일색의 여당 수뇌부 탄생으로 증세론 등 주요 정책현안을 놓고 엇박자를 내는 데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체제 출범으로 야권의 강도높은 공세까지 예상되면서 '갈 길 바쁜' 청와대로선 자칫 '고립무원'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 黨-靑 관계개선 방점

집권 3년차에 경제살리기라는 최대 현안을 달성하기 위해선 '우군'인 여당의 협조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청와대로선 당·정·청 소통 강화를 명분으로 친정인 새누리당의 공동보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전날 오후 조윤선 정무수석을 통해 여당 수뇌부에게 회동을 긴급 제안했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열리는 당일이어서 정치적 논란이 예상됐지만 청와대로선 그만큼 긴박했다는 후문이다.

여당이 당청간 소통 부재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청와대부터 마음을 열라'고 주문한 가운데 각종 주요 정책을 놓고 당청 갈등까지 표출되는 바람에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마저 곤두박칠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당청관계 회복이 급선무라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총리 인준 이후 신임 원내지도부와 회동, 2·4월 임시국회 대응 전략과 경제활성화 현안 등을 논의하는 수순이 유력했지만 증세 논란이 가열되고 여여 갈등 및 여야 대치전선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상견례'를 겸한 협의 기회를 앞당겼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전날 국회발 증세론에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작심발언을 날리면서 당장의 당·청 회동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결국 이날의 전격 회동은 부분 개각과 청와대 개편작업 단행의 타임스케쥴을 총리 인준이후에 맞춘 만큼 자칫 총리 인준 무산시 치명적인 국정 부담을 떠안게 될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인준 협조를 우선 당부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야당이 증세론과 개헌론 등을 고리로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만큼 야당 공세의 추동력을 미리 떨어뜨리면서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라는 점을 집중 강조하면서 야당측 정치공세 전선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국정의 안정성과 지속성 유지를 위해 개각을 최소화하는 한편 청와대 정무특보단 구성 등 개편작업에 대한 이해와 설득을 통해 자연스럽게 당청간 소통에 대한 '진정성'을 알리려는 선의도 바탕이 됐다는 후문이다.

■증세론 갈등 봉합 시도

특히 논란의 불쏘시개가 된 증세론과 관련, 세금을 추가로 거둬들이기 전에 경제활성화에 최우선으로 매진하자는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당·정·청간 최우선 협력 의제로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행보였다는 분석이다.

당·정·청 정책협의체 확대 운영과 고위 당정협의회 신설 등을 통해 정책 조율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고위 협의 채널까지 별도로 둬 정책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거미줄 점검'시스템을 구축키로 한 것도 소모적 정쟁보다는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기 위한 호흡맞추기로 해석된다.

김무성 대표가 "어제 대통령께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말씀하신 내용 중에 경제활성화가 최우선이라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최대한 야당을 설득해 2,4월 국회에서 경제활성화 법안을 처리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국민들께서 제일 걱정하고 불안해하시는 걸 정확히 파악해서 민생정책을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혀 연말정산 논란이나 건보료 부과 개선 논란 등 민심이반을 가속화시키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당이 주도적으로 정책협의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소신이 뚜렷한 유 원내대표가 앞으로 당·정·청 정책협의 과정에서 민심을 정확히 읽고, 만일 청와대가 민심을 읽지 못하고 실기할 경우 '엄한 시어머니' 역할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란 해석도 있다.


또한 박 대통령과 여당 수뇌부는 어려워진 경제여건속에서 국민 부담을 덜어주고 경제활성화를 통한 '선순환적' 세수 증대 등을 통해 복지 재원을 충당하자는 원칙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중복지-중부담' 등 증세없는 복지 기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유 원내대표가 언제든지 '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증세론을 둘러싼 여여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회동에선 개각 및 청와대 정무특보단 구성과 관련된 특정 인물이나 이완구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언급은 없었다고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전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