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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버스 기사, 복부 대동맥류 파열에도 승객 대피시켜

운전버스 기사, 복부 대동맥류 파열에도 승객 대피시켜
관광버스 기사 이희남 씨(왼쪽)가 집도의인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김장용 교수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운행 중 갑자기 길 한복판에서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눈 앞이 캄캄해졌지만 승객들 안전이 최우선이었습니다."

운전 중 복부대동맥파열이 발생한 관광버스 경력 10년 차의 한 운전기사가 본인의 몸이 제어되지 않는 가운데 기지를 발휘해 승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겼다.

주인공 이희남 씨(남·60)는 관광버스 업체 소속 운전기사로 지난 1월 31일 밤, 일본의 한 음악단원들을 위해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마친 뒤 숙소인 서울팔레스호텔까지 운행해주는 일을 맡았다.

이 씨는 출발할 때는 별 이상이 없었지만 서초역 사거리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배에 무엇인가 맞은 듯한 극심한 통증과 앞이 캄캄해지는 증상이 발생했다. 이 씨는 더 이상의 운행은 무리일 것으로 판단돼 신호대기를 이용해 즉시 비상 깜빡이를 켜고 승객들 한 명씩 인도로 안전하게 안내해주었다.

그 뒤 이 씨는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의식이 돌아온 시간은 2월 3일, 서울성모병원 5층 중환자실이었다.

이 씨는 정신을 잃은 뒤 경찰의 도움으로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내원했다. 기절원인을 파악하고자 CT검사를 시행한 결과 복부 대동맥류 파열을 진단받았다.

대동맥은 우리 몸의 중심을 지나는 동맥으로 직경 1.5~2cm의 굵은 혈관으로 이뤄져있으며 많은 양의 혈액을 펌프질해서 몸 구석구석에 전달한다. 횡격막을 기준으로 하행에 위치한 것을 복부대동맥이라 부르는데 혈관이 정상직격의 1.5배 이상늘어나는 경우 동맥류로 진단한다.

대동맥이 파열될 경우 마치 댐이 무너지듯이 순식간에 다량의 출혈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실제 임상적으로도 응급실 도착이전 8~90%가 사망에 이른다.

이 씨가 응급실에서 복부 대동맥류 파열을 진단받고 2월 1일 새벽 혈관이식외과 김장용 교수가 즉시 호출됐다. 치료 방법은 혈관내 치료와 개복수술이 병행되는 일명 하이브리드 수술법이 사용됐다.

우선 하이브리드 치료로 혈관대동맥내에 풍선을 넣고 출혈을 막았으며 터진부위를 위아래로 겸자하고 인공혈관으로 치환했다.


이 씨는 이후 빠른 회복을 보이며 일주일간의 중환자실 입실을 끝내고 8일 일반병실로 전실 후 13일 퇴원했다.

김장용 교수는 "대동맥류 파열 증상이 나면 본인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은 물론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는 무서운 질환"이라며 "고통스러운 본인보다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진 이 씨의 사명감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최근 운수업 종사자들의 고령화에 따라 급성혈관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기적인 혈관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한다"고 덧붙였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