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민족의 대명절인 설 연휴에 오른 이른바 '밥상머리 민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야 지도부가 5일에 달하는 설 연휴 기간 동안 지역구에 내려가 민심이 향방부터 면밀히 살피는 이유도 밥상머리 민심의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지 판가름이 나기 때문이다.
이번 설 연휴에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밥상에 오른 정치 이슈는 연말정산 파동과 증세 논란, 이완구 국무총리 국회 인준,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로 요약될 수 있다.
우선 지난달 연말정산 파동에서 촉발된 '증세와 복지' 논란이 설 밥상에 가장 많이 오른 화두로 보인다.
대다수 직장인들이 설 연휴를 앞두고 예년보다 줄어들거나 오히려 더 내야 하는 연말정산 환급액 결과를 받으면서 연말정산 파동에 다시한번 관심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또 연말정산 파동 과정에서 '서민증세'논란이 거세지고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1년 앞둔 여당이 먼저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에 사실상 반대를 표명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당의 '투톱'은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청와대에서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재천명한 데다 이완구 국무총리 인준 문제가 정국을 뒤덮으면서 '증세와 복지' 논란은 잠시 소강국면을 맞은 상태다. 하지만 정치권은 밥상머리 민심을 확인한 뒤 언제든 '증세와 복지'를 재점화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7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저가담배 도입을 제안했고, 다음날인 18일에는 새정치연합 전병헌 전 원내대표가 저가의 봉초담배를 활성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설 연휴에 밥상에 오른 '서민증세' 논란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국회 인준을 가까스로 통과한 이완구 국무총리도 설 연휴 밥상에 단골손님으로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리의 인준 시점이 지난 16일로 설 연휴 직전이었던 데다 이 총리에 대해 야당이 전원 반대표를 던지고 여당에서도 '반란표'가 나오면서 이 총리의 국회 인준 과정도 순탄치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이 총리의 인준 이후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 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는 등 이 총리 인준 후폭풍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설 연휴 때 이 총리에 대해 민심이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에 따라 이 총리의 앞날이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설 연휴 첫날인 지난 18일에는 소방서와 파출소를 둘러보고, 19일에는 이희호 여사와 전두환 전 대통령,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예방한 뒤 국립경찰병원과 중앙보훈병원을 방문하는 등 바쁜 행보를 보였다.
박 대통령 지지율 또한 주요 이슈로 밥상머리에 올랐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최근 29%까지 추락했다가 지난주 다시 반등하기 시작, 설 연휴인 18일 발표된 리얼미터 설문조사에서는 36.4%로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인 35%대를 회복한 상태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17 개각' 등 인적쇄신 결과와 이 총리가 향후 책임총리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지 등에 따라 반등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