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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야당 정치인 넴초프 피살 둘러싸고 정부-야당 서로 음모론 제기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러시아 야당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 피살을 러시아 안팎에서 규탄하고 있는 가운데 그의 사망을 둘러싸고 러시아 내부에서는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55세로 전 러시아 부총리를 지냈고 지난 20년동안 대표적인 야당 정치인이었던 넴초프는 이날 크렘린궁 부근 다리를 건너던 중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넴초프가 러시아의 역사와 정치에 크게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며 그의 모친에게 위로의 전문을 보냈다.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등 서방 국가 정부은 이번 피살 사건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러시아 야당에서는 넴초프 사망이 푸틴과 크렘린궁, 친푸틴 정치인과 국영 언론이 러시아 사회에 불안을 조성하고 서방 국가를 배후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정치계 내부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이념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야당 정치인인 그리고리 야플린스키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번 범죄에는 특히 전쟁을 일으킨후 지지 해줄 것을 선전해온 푸틴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넴초프가 피격으로부터 불과 수시간전에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주말에 모스크바에서 예정된 푸틴의 경제 및 우크라이나 정책 규탄 시위에 참가할 것을 요구했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친정부 매체들은 이번 피격이 외세에 있는 것으로 몰고 있다.

국영 영어방송인 RT는 "이번 사건 개입에 우크라이나나 미국 중앙정보국(CIA) 같은 서방 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나타나면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피살에 대한 배후와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수사 위원회는 러시아에 정치적 혼란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크고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력에 의해 넴초프가 희생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마르킨 수사위원회 대변인은 피살에 이슬람 극단세력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넴초프가 프랑스 파리 샤를리 엡도 테러 사건을 규탄한후 협박을 받았던 사실을 언급했다.

마르킨은 이밖에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 사태 양측 당사자들의 소행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야당은 넴초프가 동부 우크라니아에서 전투 중이거나 그동안 사망한 러시아군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혀왔던 점을 들어 이와 관련된 테러 가능성도 제기했다.

넴초프는 지난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높은 지지도를 얻고 있는 푸틴 대통령에게 군과 보안 당국의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군에서 결국 푸틴이 자신들을 배신한 것으로 믿게 될 것이라고 폭로한바 있다.

러시아 정부는 그동안 군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해왔다.

이밖에 러시아 야당은 푸틴 대통령이 야당을 위협하기 위해 넴초프의 암살을 직접 지시했거나 극단적인 민족주의자들의 소행 가능성도 제기했다.
야당 정치인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정부가 야당 인상들에 대한 감시를 해온 것을 감안하면 보안당국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그동안 해결이 안된 정치인에 대한 공격 사건들이 여러 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6년 체첸 전쟁을 보도한 언론인 안나 폴리츠코브스카야 살해 사건도 총격과 관련해 2명이 지난해 유죄 판결을 받았을뿐 동기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파이낸설타임스(FT)는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뉴스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