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정지원 특파원】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1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적고 투자 리스크가 낮은 투자상품으로 ETF를 지목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블룸버그 집계를 인용, 올 들어 지난달 26일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채권 ETF에 흘러들어간 자금이 320억달러(약 35조3600억원)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 2002년 ETF 채권이 도입된 이후 매년 같은 기간 채권 ETF 순매수 규모 가운데 최고 액수다.
ETF는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주식처럼 쉽게 거래되지만 수수료가 낮아 특히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어왔다.
그러나 WSJ는 최근 몇 달 동안 채권 ETF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WSJ는 "세계 최대 규모의 채권 ETF 운용사인 블랙록의 채권ETF에 유입된 200억달러 가운데 절반 이상은 보험사와 기부재단 등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유입됐다"고 밝혔다.
블랙록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대규모 ETF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투자가 2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관투자자들이 채권 ETF에 몰려드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꼽고 있다.
우선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비교적 안전하고 유동성이 높은 우량 기업 채권 등을 팔기 꺼려하면서 시장에 살만한 채권들이 급속도로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채권시장은 2조달러 가까이 늘어 7조7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지만 채권시장 거래는 둔화됐다고 WSJ는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 또한 ETF에 대한 투자를 늘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펀드 수익률 조사기관 리퍼에 따르면 올들어 지금까지 상위 10개 뮤추얼펀드 수익률은 0.89%에 그친 반면 톱10 채권 ETF 평균 수익률은 1.57%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최대 채권펀드 핌코 창업자인 빌 그로스가 핌코를 떠나면서 핌코 채권펀드에서 빠져나온 돈이 채권 ETF 자금 모집에 기여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은행과 투자회사 등은 채권 ETF 투자가 확산되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씨티그룹과 JP모간체이스는 최근 몇 달간 ETF트레이딩 부서와 주식거래 부서를 통합해 ETF 거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애버딘자산운용은 50억달러 규모의 고수익 채권 포트폴리오 가운데 5%이상을 채권 ETF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jjung7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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