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들의 수도권 점포 설치 규제가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서울 및 인천 등 특별시나 광역시가 아니더라도 여타 시중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경기권에 지점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지방은행들은 각 은행별 정관을 통해 전남·북과 같은 해당 지역과 특별시와 광역시, 자치시까지를 영업구역으로 제한받고 있다.
지방은행들이 어느 지역에 지점을 열 수 있는 지는 해당 은행 정관이 정해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를 바꾸려먼 사실상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 때문에 지방은행들은 일반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 등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지점 설립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당국에 지속적으로 요청해온 바 있다.
■ 지방은행 경기권 진출 가시화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는 BS금융(부산·경남은행), JB금융(전북·광주은행) 및 DBG금융(대구은행) 등 주요 지방은행을 대상으로 경기 지역 출점에 대한 사업설명서를 제출 받았다. 현재는 지방은행의 경기 지역 출점 허가와 관련된 정관 개정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지난 2013년 하반기 세종시 등 특별자치시에 대한 지방은행들의 출점 허가를 내 준지 1년 여 만이다.
그간 금융위는 지방은행의 수도권 점포 설치 규제와 관련해 "수원이나 분당 등에 진출해 있는 기존 은행들과의 과당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냉소적인 입증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올들어 금융위 내부적으로 지방은행의 경기도 진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여기엔 경기도 인터넷 전문은행인 '아이뱅크(I-BANK)' 설립 추진이 한 몫했다는게 업계 중론이기도 하다.
실제 경기도의 경우 지난 1998년 경기은행이 퇴출된 이후 다른 권역과 달리 지역 기반의 은행이 전무했다. 이 때문에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내년안으로 아이뱅크를 설립해 지역의 금융환경을 개선해 나갈 계획임을 드러낸 바 있다.
지방은행 고위급 관계자는 "경기도엔 지역은행이 없는 데다가 인터넷전문은행이 실현되기 위해선 대면채널(오프라인 은행 지점)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따라서 금융위에서도 아이뱅크 설립과 관련해 지방은행들의 경기권 진출이 어떤 역할을 하고, 사업성을 갖게 될지 내부적으로 분석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경기권에 포진해 있는 산업단지만 보더라도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지방은행들과 거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점이 없다보니 불편함을 제기하는 경우가 허다했다"면서 "따라서 이같은 업계 상황을 당국에서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고, 향후 규제를 풀어 줄 것으로 방향성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에선 "점포 설치 규제 완화와 관련해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다만 "지방은행들의 경기권 진출과 관련해 확정된 사항이 아직까지 없다"고 말하며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당국은 물론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금융위는 조만간 지방은행의 점포 설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으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 '전국구' 지방은행 예고
이에따라 현재 지방은행들은 경기권 진출을 위한 개점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연내 개점을 목표로 지역 분석작업에 들어간 지방은행도 있다.
당장 규제가 풀리는 시점에 대비해 지방은행들은 수원·분당·판교 등을 아우르는 경기 지역 지점 설립을 검토하고 있으며, 경기인터넷전문은행과의 합작에 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현재 수도권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지방은행은 JB금융이다. 여타 지방은행들과 비교해 전북·광주은행은 지역 기반의 기업고객군이 적은데 따른 조치로 서울·인천 등 수도권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 분석이기도 하다.
전북은행은 지난 2013년 12월 세종시에 지점을 낸 데 이어 지난 한해 동안 서울 3곳(반포·이수·압구정), 인천 2곳(송도·연수)에 추가 지점을 냈다. 광주은행도 올해 초에만 서울에 3개의 미니점포를 설치했으며, 수도권에 추가 지점 확대를 검토 중이다.
전국구 은행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BS금융의 행보도 두드러진다. 이미 전통적 지역 울타리에서 벗어난 부산은행은 지난해 광주와 대전에 호남지역 지점을 개설하며 영역을 확대해 왔다.
올해는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이 함께 수도권 지점 역량을 강화할만한 추가적인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김해 등 동남권 진출에 가속이 붙은 대구은행도 수도권 내 새 먹거리 찾기에 고심 중이다.
업계 고위급 관계자는 "이미 은행권에선 지점을 통폐합하고 슬림화하는 게 만성적인 분위기로 자리잡았다"면서도 "반면 지방은행의 경우 전국구를 표방하는 대형 지방금융그룹을 중심으로 수도권 진출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 질 것 같다"고 전했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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