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더 피플(We the People).'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에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만든 청원사이트다. 백악관이 직접 운영한다. 시민의 투표수(30일 내 10만명 이상)에 따라 공식입장 표명 여부가 결정되며 온라인, 모바일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청원의 폭넓은 공유.확산이 가능하고 언제.어디서나 청원이 가능한 환경이 제공된다.
한국형 '위 더 피플'이 주목을 받고 있다. 주민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정책과정 전반에 참여해 의사결정을 통해 정책을 실행하도록 하는 모바일 기반의 참여프로그램인 '주민참여 마당'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이 사이트로 정책 제안을 하는 것과 달리 주민참여 마당은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현장에서 직접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주민 참여 새로운 소통 모델 주목
대한민국 정부에서 처음 시도하는 주민 직접 정책 결정은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현실 이슈를 선정해 현장에서 주민들이 정책을 만들고 정부는 이를 집행해 진정한 의미의 참여를 구현하자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행정자치부는 12일 성북구청 아트홀에서 지역주민, 전문가, 관계공무원 등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운 주민참여 정책마당을 개최했다. '정부3.0' 핵심가치 확산을 위해 개방·공유·소통·협력 등을 바탕으로 한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기 위한 차원이다.
이 프로그램은 정책참여 과정을 압축적으로 구현한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행정자치부와 성북구의 현안을 적용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실제로 추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존에도 이와 유사한 주민 직접 정책 방안은 존재했다. 다만 참여를 위한 시간과 정보가 부족하며 참여를 위해 특정한 장소를 방문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참여하는 데 많은 불편이 따랐다.
행정기관의 참여제도 운영예산 등 참여를 위한 사회적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일부 이익단체, 이해관계자, 관계 전문가 등의 참여중심으로 일반적인 다수 수요자의 의견수렴 기제가 미흡했다. 또 일회성 보여주기 행사, 추상적 논의, 단편적 참여 등의 제한으로 주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정책에 반영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미디어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참여가 가능하도록 여건을 조성했다. 오프라인에 비해 이런 모바일 의견수렴 비용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책마당은 기존에 실시 중인 주민참여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참석자 100인에게 태블릿을 1대씩 지급해 즉석에서 참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정보와 지식을 가진 소수가 정책과정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목소리가 동일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주민참여 정책마당의 첫 번째 모의 정책과정에서는 행자부의 정책현안으로 올해 '정부3.0 국민 맞춤 서비스'의 핵심사업인 '국민 중심의 행정용어'에 관한 아이디어를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주민들은 정부로부터 정책 취지 설명을 듣고 '주객전도의 행정용어를 찾아라' 미션에 따라 홈페이지, 민원실 등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정부중심의 공급자적 용어를 찾아 이 중 우수 제안자를 선정했다. 이를 통해 구청에 걸려 있던 '민원실 근무시간'은 이용자 관점에서 '민원실 이용시간'으로 바꿨다.
■'집단지성' 활용 규정 신설
두 번째 모의 정책과정에서는 최근 사회적 이슈인 '길거리 금연방안'에 관해 성북구에도 길거리 금연 확대가 필요한지, 필요한 거리가 어디인지, 어떻게 지정할 것인지에 대해 참석자 의견을 태블릿에 입력하고 상호간의 평가를 통해 금연구역 지정 범위, 흡연부스 설치, 금연지도원 배치 등 '길거리 금연 방안'을 구체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지역주민 유정희씨(50)는 "주민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가 이렇게 손쉽게 반영되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높게만 느껴졌던 관공서 문턱이 낮아지고 정책의 주인공이 돼서 정말 뿌듯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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