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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식 사기'로 수십억 챙긴 일당 적발

대출 사기, 보이스피싱, 고철 판매 사기 등 수십억대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인출 총책 전모씨(26·여) 등 10명을 구속하고, 3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월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피해자 300여명이 일당에게 속아 입금한 40억여원을 인출, 필리핀에 있는 총책 민모씨에게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당은 총책 민씨로부터 피해 금액을 찾아 보내주면 5∼10%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범행에 가담했다. 대부분은 특정한 직업이 없는 사회 초년생들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꼬임에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인출 총책 전씨는 대포통장 1300여개를 받아 일부는 다른 인출책에게 보내고, 나머지는 직접 인출하는 수법으로 약 34억원을 필리핀 총책에게 송금해 대가로 2억원을 받았다. 그는 학창시절 친구인 차모씨(26·여·구속)와 2인조로 움직이며 매일 아침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인천, 부평, 부천, 영등포, 종로 등지를 오가며 돈을 찾았다.

경찰은 전씨를 포함해 인출책 34명을 적발했으며, 카드를 일당에게 양도하거나 대포통장을 모집·판매한 11명도 붙잡았다.

일당이 피해자들에게 사용한 사기 수법은 다양했다. 이들은 "고철이나 알루미늄휠 등을 싸게 팔겠다"며 고철수집업체에 접근, 적게는 15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까지 대금만 챙겨 잠적하는 신종 수법을 썼다.

또 금융기관이나 대부업체를 사칭하며 "신용불량자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도 무담보 대출이 가능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무작위로 보내 적게는 11만원, 많게는 3600만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경찰·검찰·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해 "개인정보가 도용돼 예금보호가 필요하다"고 속여 돈을 받아내거나 "카메라와 카메라 렌즈 등을 싸게 팔겠다"며 돈만 받고 물건은 보내지 않는 '전통적인' 수법도 동원했다.

경찰은 "이미 수천만원의 빚을 지고 있던 한 피해자는 일당에게 대출사기까지 당하게 되자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지난 1월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공범 11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필리핀에 있는 총책의 행방을 쫓고 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