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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말다툼 후 한강서 익사체로 발견..자살이냐 실족사냐

2000년대 초·중반부터 알코올중독 및 우울증 치료를 받아온 김모씨(여)는 2013년 8월 오후 11시께 자신이 운영하던 서울 강동구의 편의점에서 둘째 딸 A씨와 편의점 운영에 관해 말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A씨가 맥주를 마시는 자신을 향해 "그만 마셔라"고 하자 화가 나 맥주 3병을 갖고 편의점을 나와 오토바이를 타고 인근 암사대교 공사현장 부둣가로 자리를 옮겼다. 공사현장 경비원은 새벽 1시께 김씨가 이곳에서 신발을 벗고 맥주를 마시며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거나 누워있던 모습을 목격했다.

하지만 경비원은 2시간이 지나 김씨가 누워있던 곳에 오토바이와 휴대폰만 있고 김씨가 보이지 않자 경찰에 신고를 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역시 김씨가 한강에 빠진 것으로 보고 물속 수색을 감행했으나 발견하지 못하다가 같은 날 오후 수색 재개 끝에 부둣가에 정박 중이던 배 아래 부분에서 김씨가 익사한 것을 발견했다.

이후 A씨와 첫째 딸 등 유족은 김씨가 1996년과 1997년 미래에셋생명과 교보생명에 보험을 들어놓은 것을 근거로 이들 보험사에 재해사망보험금 1억원과 2000만원을 각각 청구했지만 보험사가 이를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사망원인은 실족사"란 유족 측 주장과 달리 보험사 측은 "자살 사고"라며 맞섰다. 이러한 자체 판단을 근거로 미래에셋생명은 약관에 따라 재해사망보험금이 아닌 일반사망보험금 2000만원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교보생명은 지급할 보험금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김씨의 사망이 자살이 아닌 실족사라고 봤다. 이같은 판단에는 김씨가 △사고 발생 2주전 A씨와 여행을 다녀왔고 자궁암검사결과가 좋게 나오자 기뻐했던 점 △남편없이 어린 딸들을 20여년간 혼자 키워왔음에도 유서를 남기기 않은 점 등 자살을 할 만한 동기나 사정이 없었던 점 등이 고려됐다.


재판부는 "사고 당일 새벽 김씨는 신발을 벗고 바닥에 누워있는 상태였다"며 "사고 발생 전날 최고기온이 30도가 넘었던 점으로 볼 때 이는 더위로 인한 것으로, 김씨는 더위를 식이기 위해 물가나 그곳에 정박중이던 배위로 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가 난 공사현장에는 가로등이 없어 새벽에 매우 어두웠고, 추락 방지를 위한 난간 등이 없었다"며 "상당히 술해 취해있던 김씨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물가 내지 배위로 갔다가 실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보험약관에 따라 미래에셋생명은 유족에게 1억원을, 교보생명은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