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오는 22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에너지업체 가즈프롬을 독점혐의로 제소할 계획이다. EU측은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입장이나 러시아도 같은 생각일지는 미지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보도에서 관계자를 인용해 EU집행위원회가 22일 가즈프롬에 반독점법 위반에 대한 이의진술서를 보낼지 결정한다고 전했다. 이의진술서 발송은 제소 절차 중 하나로 가즈프롬은 해당 문건을 받은 후 12주안에 답변해야 하며 해명기회를 요구할 수 있다.
EU는 가즈프롬이 천연가스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을 억제하고 재판매 기회를 억제했다고 봤다. 동시에 시장점유율을 무기로 특히 동유럽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을 받았다는 혐의다. 가즈프롬은 현재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중 3분의 1을 공급하고 있다.
만약 가즈프롬의 혐의가 확정될 경우 EU경쟁관리 당국은 가즈프롬의 전 세계 수입 10%에 달하는 벌금을 매길 수 있으며 사업구조를 바꾸라고 요구할 수 있다.
EU는 이미 가즈프롬의 독점 혐의에 대해 2011년부터 조사에 착수했으나 우크라이나사태와 그에 따른 러시아와 정치적 관계를 고려해 제소를 미뤄왔다.
앞서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가즈프롬을 경제적 영역에서 다룰 것이며 정치와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이달 초 미국 워싱턴DC의 연설에서 "EU국가들 사이에 에너지 흐름을 방해하는 에너지기업에 대해 엄중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FT는 러시아가 이번 수사를 정치적 위협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14일 알렉세이 밀레르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내고 EU가 가즈프롬에 대한 수사를 계속한다면 천연가스 요금을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성명에서 "쪼개져있는 유럽 시장에서 조각마다 다른 가격을 받는 것이 왜 잘못된 행동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밀레르CEO는 "만약 EU회원국들이 모두 같은 가격으로 가스를 사겠다면 우리는 최저가가 아니라 최고가를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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