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일어났던 삼양라면 우지파동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가 라면 제조 과정에서 사용하던 우지(소의 기름)에 문제가 있다며 제조업체인 삼양식품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를 놓고 이 우지가 먹어선 안 될 '쓰레기' '공업용'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이 라면은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을 정도로 국민이 많이 찾는 제품이었다. 회사 측은 법정에서 위해성 여부를 따졌고,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7년9개월이라는 긴 법정 공방을 벌이는 동안 50%가 넘던 시장점유율이 10%대로 곤두박질쳤고 회사는 큰 타격을 받았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 회사는 2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식품업계에 가짜 백수오 논란이 뜨겁다. 토종 약초인 백수오는 은조롱으로 불리는 식물의 뿌리다. 면역력 강화, 항산화, 갱년기 장애 개선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장년층 여성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논란의 불을 댕겼다. 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되는 32개 제품을 유전자 분석한 결과 백수오로 만든 제품은 3개에 그쳤다고 22일 밝혔다. 9개는 백수오와 이엽우피소 혼합, 12개는 이엽우피소만을 원료로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이엽우피소는 독성 작물로 분류돼 있고 유산 위험성, 간 독성, 신경쇠약 등의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 1위인 내츄럴엔도텍도 가짜 백수오 파동에 휘말렸다. 파문은 곧바로 주식시장으로 옮겨붙었다. 코스닥시장의 시총 상위권인 이 회사 주식이 소비자원 발표와 함께 가격하한폭까지 빠졌다.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던 코스닥 시장 전체가 44포인트 넘게 요동쳤다. 해당 업체들은 분석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내츄럴엔도텍 측은 "소비자원의 검사방식은 식약처의 공인된 검사방식을 무시한 것"이라며 "소비자원이 분석한 백수오 샘플은 지난 2월 식약처의 유전자검사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았던 샘플"이라고 반박했다.
소비자원의 검찰고발과 내츄럴엔도텍 측의 가처분신청 및 소송으로 진위 공방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식품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시장의 혼선과 후유증은 최소화해야 한다.
그 답은 사전에 위해 여부를 정확히 검증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는 거다. 국민은 물론이거니와 기업도, 시장도 다쳐서는 안 된다. 제2의 삼양라면 파동은 다시 없어야 한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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