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위치한 관세청 관세국경관리연수원 탐지견훈련센터에서 정혜원, 안상민, 진성채 교관(오른쪽부터)이 각각 마약탐지견 타래, 태백, 투지와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김범석기자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위치한 관세청 관세국경관리연수원 탐지견훈련센터에서 안상민, 정혜원, 진성채 교관(왼쪽부터)이 각각 마약탐지견 태백, 타래, 투지와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김범석기자
#. 지난 해 7월 3일 인도에서 인천국제공항에 반입된 국제우편물에서 사탕으로 위장해 차(茶) 봉투 안에 놓은 대마수지(일명 해시시) 29.93g를 적발했다. '네살배기' 마약탐지견 '두나'가 검색과정에서 반응을 보여 개장검사를 실시한 덕분이었다. 해시시는 대마초(마리화나)를 농축한 것으로, 잎을 말린 대마초보다 환각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는 인간보다 약 40배가량 많은 후각세포를 갖고 있다. 후각능력이 인간보다 수만배 높다는 것이다. 탐지견은 개의 뛰어난 후각능력을 이용해 마약류와 화약류 등의 냄새를 개에게 인지시켜 숨겨진 마약이나 폭발물을 찾아낸다.
우리나라는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지난 1987년 폭발물 탐지견 6마리를 도입한 이후 1990년부터 전국의 공항과 항만에 마약탐지견을 배치, 여행자와 휴대품, 선박, 수입화물, 국제우편물에 은닉된 마약을 적발해오고 있다. 탐지견들이 적발해낸 마약류 밀수는 2010년 50건, 766g(2억9200만원 상당)에서 2012년 25건, 3375g(9700만원 상당)에 이어 지난 해 98건, 1804g(9900만원)에 이른다.
관세청 관세국경관리연수원의 탐지견훈련센터는 2001년 9월에 문을 열었다. "이 정도의 훈련시설을 갖춘 나라가 많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 여러나라에서 견학을 올 정도다.
그동안 탐지견훈련센터가 길러낸 탐지견은 약 150마리에 이른다. 1년에 평균 6마리를 육성해 현장에 투입한 셈이다. 현재는 인천공항 15마리를 비롯해 총 31마리가 전국 공항과 항만에서 활약하고 있다. 군산공항과 청주공항 등 여기저기서 '탐지견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마약탐지 방해…사료만 하루 한 끼
지난 17일 오전 8시40분께 기자가 찾은 탐지견훈련센터는 적막, 그 자체였다. 이따금 들려오는 항공기 엔진 소리가 인천공항이 멀지 않음을 상기시켜줄 뿐이었다. 널찍한 운동장에는 TV 프로그램에서 봤던 개들을 훈련시킬 때 쓰는 구조물들이 설치돼 있었다.
이 곳에서 탐지견 양성을 책임지고 있는 훈련교관은 최동민 팀장(44)을 비롯해 7명이다. 이들은 오전 9시가 가까워서야 모습을 나타냈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탓에 대다수가 통근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탐지견훈련센터에는 현재 훈련견 10마리를 비롯해 아직 어린 후보견, 번식을 위한 종견까지 모두 35마리가 있다. 대부분이 캐나다가 원산지인 '레브라도 리트리버'고, 중간급 크기인 '스프링거 스파니엘'도 몇몇 있다.
박창렬 계장(46)은 "탐지견이라고 하면 '세퍼트'를 먼저 떠올리지만 공항 등지에서 일반인들이 세퍼트를 본다면 기겁할 것"이라며 "여러 견종을 테스트한 결과 리트리버가 제일 온순하고 능력도 뛰어났다"고 설명했다. 박 계장도 교관과 탐지조사요원(핸들러) 등을 두루 거치며 24년째 탐지견들과 함께 하고 있다.
한 마리가 사는 견사는 대략 4㎡다. 천장에는 무더위를 대비해 선풍가 달려 있고, 바닥에는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온돌이 깔려 있다. 교관들이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탐지견들이 밤새 '안녕'한 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견사를 청소하고 밥을 챙겨준다. 훈련견들에게는 유일한 하루 끼니다. 지정된 사료만 먹이고 다른 음식은 '절대' 주지 않는다. 그래도 영양분은 충분히 공급된다고 했다.
최 팀장은 "사료를 조금만 더 줘도 금방 살이 붙는 훈련견도 있다"며 "평소보다 살이 쪘다 싶으면 다이어트 사료를 먹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살이 찌면 움직이기 힘든 것은 사람이나 훈련견이나 매한가지"라며 "특히 훈련견은 살이 오르면 후각 사용을 덜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옆에 있던 박 계장이 "다른 음식을 먹이면 실전에서 마약을 찾다가도 관광객의 가방에 든 음식물에 관심을 갖게 되고, 마약을 찾았을 때와 비슷한 형태의 반응을 보이게 된다"고 거들었다.
탐지견을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지만 차마 묻지 못한 말을 꺼냈다. '가격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었다. 박 계장은 "사고 팔지는 않는다"면서도 탐지견의 능력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고 했다.
그는 "훈련은 안 됐지만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는 탐지견의 경우 상위클라스는 800만∼1000만원 정도"라며 "훈련을 받은 탐지견이라면 그 가격에 적어도 곱하기 4는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탐지견으로 키우는 과정에 그만큼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박 계장은 "탐지견은 자체 조달이 80% 선이고, 갑작스런 수요가 생기거나 하면 해외에서 사오기도 한다"며 "내부에서만 번식하다보면 근친교배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소위 '족보가 안 나오기 때문'에 번식에 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탐지훈련만 하루 서너 시간
탐지견은 태어난지 3개월이 지나면 유치원교육(자견훈련)을 시작한다. 탐지견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을 높이고, 환경적응력과 체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그리고 '싹수'가 보이는 후보견을 골라 4개월짜리 신규(성견)훈련에 들어간다. 박 계장은 "통상 한 살부터 신규훈련이 가능한 데 최적기는 생후 15개월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탐지견에게는 일반적인 탐지능력 이외에 물품소유욕이나 목적물에 대한 적극적인 반응 표현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 팀장은 "굳이 외형이 이쁜 개를 뽑을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새끼 10마리 가운데 탐지견으로 완성되는 것은 2∼3마리도 채 안 될 만큼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신규훈련의 첫 단계는 소나무와 갈대가 듬성듬성 올라와 있는 녹지탐지훈련장이다. 풀숲 여기저기에 마약 냄새가 나는 물건을 숨겨놓고 찾는 훈련을 벌인다. 그리고 바구니, 가방 등으로 난이도를 높여간다. 마약류나 화약류를 인지(기억)하는 훈련이다.
2주 간의 기초훈련이 끝나면 실제와 비슷한 환경에서 단계적인 훈련을 진행한다. 견사와 실내훈련장 사이의 넓은 공간에는 이미 용도폐기된 트럭과 승용차 등 차량 10여대가 줄지어 서 있다. 폭발물탐지견의 훈련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컨베이어벨트가 설치된 훈련장 한켠에 마련된 교관 휴게실에는 하얀 수건을 둘둘 말아놓은 '보상용 타월'이 박스 한가득이었다. '장난감 갖고 놀기'를 좋아하는 탐지견의 특성을 고려해 마약을 발견했을 때 상으로 주는 것이다.
잠시 후 3마리의 훈련견이 등장했다. 이제 생후 18개월이 지난 '타래'와 '투지', 17개월짜리 '태백'이었다. 타래와 투지는 2개월가량 지났고, 태백은 이제 겨우 3주차였다. 최 팀장은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사다리를 타고 높이 올라가는 것이나 컨베이어벨트처럼 움직이는 곳에서의 훈련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컨베이어벨트 위의 가방을 이리저리 킁킁거리던 타래가 1분이 채 되지 않아 냄새를 맡았는지 그 자리에 앉았다. '홍일점'인 정혜원 교관(29)이 보상용 타월을 물려주자 타래는 좋아서 장난을 쳤다. 체중이 20㎏을 넘는 탐지견을 건사하기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정 교관은 "오전 1시간 반, 오후 2시간 등 하루 서너 시간 실질적인 탐지훈련을 진행하는 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한 마리씩 훈련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여러 마리가 함께 있으면 아무래도 집중력이 분산되고, 특히 암수가 섞여 있을 경우에는 더 심하다"고 말했다.
훈련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탐지견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간평가와 최종평가 등 엄격한 시험을 거쳐야 탐지견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정 교관은 "평가에서 떨어져 재수를 하는 경우도 있고, 소질이 없어 완전 탈락하기도 한다"며 합격률이 높은 편은 아니라고 했다.
운동장으로 나오자 갑자기 '콩 볶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길 건너에서 경찰특공대가 훈련하는 모습이 보였다. 박 계장은 "이제 적응이 돼서 사람도, 탐지견도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며 웃었다.
■7∼8년 간 현장 누빈 후 은퇴
탐지견훈련센터의 교관들은 베테랑들이다. 올해로 20년을 맞는 최 팀장의 경우 군견대에서 복무한 경험을 탐지견 양성으로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96년부터 교관으로 일하다 현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교관으로 돌아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탐지견은 '유니콘'이라고 했다. 2005년 훈련을 시작할 때부터 2012년 현장에서 은퇴할 때까지 함께 한 '동료'였다. 최 팀장은 "입사부터 정년퇴직까지 같이 한 셈"이라며 "성격이 유별나 다루기가 참 힘들었다"고 소회했다.
"성격이 참 급한 녀석이었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 손에 가면 난리도 아니었어요. 훈련받을 때였어요. 한 번은 견사문을 열어줬더니 앞뒤 가리지 않고 급하게 뛰어가더니 유리문에 부딪혀서 기절한 적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죽은 줄 알았다니까요.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다보니 개가 아닌 사람으로 보일 때도 있어요. 마구 화도 내고 그랬죠."
정 교관은 말그대로 '애견(愛犬)인'이다. 무작정 개가 좋아서 애완동물관리과에 진학했고, 탐지견훈련센터로 현장학습을 온 것을 계기로 훈련사자격증을 취득해 탐지견훈련센터에 들어왔다.
그는 "체중 25㎏ 정도 나가는 탐지견들과 하루종일 씨름하다보면 힘에 부칠 때도 있다"면서 "더구나 말이 안 통하고, 탐지견들을 100% 이해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탐지견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하면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교관들에게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훈련시킨 탐지견이 마약을 발견했을 때다. 정 교관은 "얼마 전 직접 길러낸 탐지견들이 공항에서 마약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마음이 뿌듯했다"면서도 "은퇴한 탐지견들이 좋은 주인을 만나는 게 더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탐지견은 7∼8년가량 현장에서 활약한 후 은퇴하게 된다. 자연스레 노화가 찾아오는 것이다.
최 팀장은 "사람이 나이 들면 근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탐지견들도 8∼9세가 되면 냄새를 맡는 능력과 함께 체력도 부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은퇴한 탐지견은 다른 국가기관에 분양하거나 매각한다. 박 계장은 "탐지견이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아무한테나 분양하지 않고 있지만 엄연한 국유재산을 아무런 절차없이 공짜로 내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우선은 매각공고를 내고 낙찰자가 없으면 무상으로 증여한다"고 설명했다.
blue7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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