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들은 학창시절 비틀스의 노래 두어 곡 쯤은 부를 수 있어야 그 시대를 제대로 사는 젊은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1970∼80년대만 해도 방과후에 공원이며 빵집에서는 검은색 교복에 모자를 삐딱하게 눌러쓰고 한껏 폼을 잡은 남학생이 기타줄을 튕기며 '렛잇비(let it be)'를 외치는 모습은 아직도 선하다. 수학여행 때 '단골 메뉴'였다는 건 두 말하면 잔소리다. 비틀스는 1960년 영국 리버풀에서 결성된 4인조 로큰롤 밴드그룹이다.
렛잇비와 함께 '예스터데이(Yesterday)'는 비틀스의 대표곡이다.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꿈속에서 들은 멜로디로 곡을 지었고 가사도 그가 여행 중에 만들었다. 1965년 앨범을 통해 첫 선을 보였다. 그후 세인의 애창곡이 됐다. 지금까지 무려 3000번 이상 리메이크된 '베스트 스테디 송'이다. 엘비스 프레슬리도 이 노래를 리메이크했다. 영국 BBC는 '20세기 최고의 노래'로 꼽았다. 외국곡 가운데 한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대중가요이기도 하다. 비틀스는 이외에도 '헤이 주드' '오블라디 오블라다' 등 숱한 히트곡을 남겼다.
비틀스는 결성된 지 10년 만인 1970년 해체됐다. 그 명맥을 매카트니가 잇고 있다. 매카트니에겐 팝의 전설, 불멸의 발라드가수 등 각종 최고의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대부분의 가수가 평생 한 번도 올리기 힘든 빌보드차트 1위에 무려 32곡을 올렸다. 미국의 팝가수 마이클 잭슨과 '세이 세이 세이'를 함께 불러 빌보드차트 1위에 올랐을 정도로 환상적인 '궁합'을 이뤘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두 번이나 헌액됐고 그래미상도 21개나 받았다. 1997년에는 엘리자베스2세 여왕에게서 기사(騎士) 작위를 받았으니 지금은 '매카트니 경(卿)'이다.
매카트니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고희를 훌쩍 넘겨 올해 일흔세살. 그런데도 그는 아직도 세계를 돌며 왕성한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매카트니가 지난 2일 밤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한국팬 앞에 섰다. 그는 '에잇데이즈 어 위크'를 시작으로 '세이브 어스' '헤이주드' 등 명곡을 열창해 팬들에게 추억여행을 선사했다. 앙코르 무대는 역시 예스터데이였다. 팬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봄비 속에 서울 하늘이 매카트니의 감미로운 음률에 젖었다. 비틀스의 전설은 현재 진행형이다. 부럽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도 비틀스나 폴 매카트니 같은 세계적인 한류 가수 하나쯤 나오기를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일까.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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