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있다. 신분에 상관 없이 누구나 노력을 하면 존경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판검사가 되면 그런 기회를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았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으로 젊은이들이 몰려든 이유이기도 하다. 가난한 사람도, 시골 출신도 청운의 꿈을 꿀 수 있었다. 그러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되면서 그런 기회는 점차 멀어져만 갔다.
로스쿨은 2008년 도입됐다. 사법시험은 2017년까지만 본다. 그 다음부턴 변호사 시험을 통과해야 판검사가 될 수 있다. 그에 따라 신림동 고시촌도 쇠락기에 접어들었다. 2018년부터 사법시험을 완전히 폐지하면서 고시생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시촌 식당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금은 (손님이)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 같아요. 옛날에는 문만 열면 몰려들었는데…." 한 식당 주인의 하소연이다.
로스쿨의 1년 학비는 최대 2000만원에 이른다. 가정이 어려운 사람은 합격을 해도 돈을 마련하지 못해 포기하기 쉽다. 그래서 대물림도 많이 이뤄진단다. 법조인 출신 자녀들이 로스쿨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제 가난한 사람은 법조인의 꿈도 꾸지 못하게 됐다. 그 때문인지 사법시험을 존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4.29 재·보궐선거에서도 사법시험 부활을 당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당선됐다.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고시촌 밀집지역인 서울 관악을에서 당선된 오신환 의원이 주인공이다. 그는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뒤 "공정사회를 이루기 위한 사법시험 존치,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대한변협 회장에 취임한 하창우 변호사는 "서민의 아들딸도 노력만 하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론도 만만찮다. 로스쿨이 고시(考試) 낭인을 줄이는 효과도 가져온 까닭이다.
사법시험은 1963년 시작됐다. 그 전에는 고시(高試)사법과가 있었다. 이들 시험은 보통 사람들에게 희망의 끈 역할을 해왔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이석근 사시존치국민연대 공동대표는 "지금 로스쿨은 돈이 없으면 갈 수가 없다"면서 "서민의 희망 사다리가 없어졌다"고 아쉬워했다. 새누리당이 사법시험 존치를 당론으로 밝힌 만큼 이 문제가 올 한 해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사법시험이 존치될지 궁금하다.
poongyeon@fnnews.com 오풍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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