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신변이상설에 시달렸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 김경희가 이번에는 김정은에 의해 독살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CNN은 지난 11일 고위 탈북자인 박모 씨(가명)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고모인 김경희를 독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박씨는 인터뷰에서 "지난해 5월 5일 또는 6일 김정은이 김경희를 죽이라고 지시했다"며 "당시 김정은의 경호를 담당하는 974부대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지금은 고위 관리들도 김경희가 독살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또 김경희가 자신의 남편이자 북한 2인자였던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강한 불만을 표출했으며, 김정은은 이런 불만을 잠재우려 했다고 전했다.
이어 처형된 장성택과 김경희가 어린 나이에 지도자가 된 조카 김정은을 내부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맡았지만, 장성택과 김정은은 '돈' 문제에서 의견이 맞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그 한 예로 "김정은은 스위스 유학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마식령 스키장과 문수 물놀이장을 만들고 싶어했지만 장성택은 경제를 살리는 것이 먼저라고 제안했다. 이때부터 갈등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김경희 독살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만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한때 북한 권부 실력자로 위세를 떨치며 김정일, 김정은 정권의 후견인 역할을 해 온 김경희는 2013년 9월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특히 장성택이 처형된 그해 12월 이후부터는 위독설, 뇌졸중 사망설, 자살설 등 신변이상설에 시달려왔다.
이 가운데 '포스트 김경희'로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이 급부상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여정이 북한 권력의 중심무대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건 지난 해 3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소에 오빠 김정은 제1비서를 수행하면서부터다. 그러다 지난해 11월에는 노동당 부부장으로 호명되며 북한 권력의 핵심실세로 부상하고 있다.
부부장은 우리 정부 차관급에 해당하는 고위직이다.
실제로 김여정의 정치적·상징적 역할은 그 시작부터 고모 김경희를 뛰어넘는 모양새다. 김여정이 27세의 나이에 권력의 전면에 나섰다는 점은 41세(1987년)가 되기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식 수행원으로 보도된 적 없는 고모 김경희와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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