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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 지갑 안 열어"… 美 경제둔화 심각

지난달 산업생산량 0.3%↓ 내수 침체에 '경기후퇴'우려

【 로스앤젤레스=진희정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내에 경제 흐름에 대한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가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일부 시장전문가들은 성장에 대한 우려를 넘어서 경제적 쇼크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연준 고위관계자들을 인용, 연준이 현재 기업 채용이 늘고 있고 개인소득이 상승하고 있지만 관망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보도했다.

이는 예상보다 낮은 성장기조가 올해 전반까지 이어질 수 있어 연준의 금리인상도 조만간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연준은 지난 15일 미국 4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3% 감소하는 등 5개월 연속 줄고 있다고 밝혔다. 미시건 대학의 소비자태도지수 역시 떨어졌고 4월 소매판매까지 부진했다.

때문에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경제성장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JP모간은 지난 1·4분기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분류했고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0.5%로 예상했다.

미 경제에 대해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경제가 서서히 좋아질 경우, 작은 걸림돌에도 큰 반응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미 경제는 최근 캘리포니아 항구 노동자들의 노사분쟁과 동북부 지방 폭설 등으로 피해를 봤다. 저유가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넉넉해진 반면 미국 내 석유산업과 관련 투자는 축소됐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미국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 노동부는 최근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15년래 최저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채용이 증가하면서 가계소득도 동시에 올라 지난 1·4분기의 세후 가계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3.8%나 늘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애틀랜타연방은행 조사연구 담당자인 데이비드 알티그는 "여러 조건을 고려한 결과, 조만간 소비는 늘어날 것"이라며 여전히 가계소득과 저축이 증가하는 반면 소비가 늘지 않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70% 가량을 떠받치고 있는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데다 강한 달러로 수출까지 맥을 추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내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시장에서 연준이 금리인상을 6월경에 할 것이라는 예측도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하버드 대학 로렌스 서머스 교수는 "경제가 중간 정도 속도로 발전할 때 안정적"이라며 "현재 경제성장 속도는 안정적인 상태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경제가 심지어 '경기후퇴'에 근접했다고 경고했다. WSJ가 최근 62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12%가 올해 안에 경기후퇴 상태가 올 수 있다고 답했다.

뉴욕연방은행은 그러나 미국 국채시장의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인용, 경기후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결론 낸 바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후퇴는 대량 해고사태 이후 발생하지만 현재 이런 상황은 없다.

한편 연준은 금리 인상 시기를 놓고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금리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현재 어떠한 부담도 없다"며 "현재 사태를 관망하는 중"이라고 최근 뉴욕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밝혔다.

jhj@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