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2년 유서대필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23년여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확정판결을 받은 강기훈씨(51)가 검찰과 법원에 사과를 촉구했다.
18일 강씨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을 통해 입장을 내고 "당시 저를 수사했던 검사들과 검찰 조직은 제가 유서를 쓰지 않은 것을 알면서 진실을 왜곡했다"며 "이제 역사적 판단과 책임이 필요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법원은 1991년, 1992년은 물론이고 재심 후에도 2009년 검찰 재항고 사건을 3년이나 방치했으며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도 과거의 잘못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며 "법원도 한 마디 사과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피해자는 저 하나면 족하며, 저를 끝으로 다시는 이런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책임을 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마땅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강씨의 입장 발표는 이달 14일 대법원이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뒤 처음 나온 것이다.
앞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총무부장이던 강씨는 지난 1991년 4월 서강대 옥상에서 분신자살한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필해 주는 등 자실을 방조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당시 사건 주임검사는 신상규 검사였고 수사지휘는 서울지검 강력부 강신욱 부장검사가 맡았다.
신상규 검사는 나중에 광주고검장을 끝으로 퇴직했고 강신욱 부장검사는 대법관을 역임했다. 이 밖에 수사에 참여했던 곽상도 검사는 현재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다. 이 밖에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도 수사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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