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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혁신위원장에 김상곤... '진짜 혁신' 성공할까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쇄신작업을 진두지휘할 '초계파적 혁신기구' 수장을 맡으면서 당 혁신 작업이 첫발을 내딛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혁신위원회에 필요한 권한을 모두 위임하겠다고 밝히면서 김 전 교육감에게 칼자루를 내줬다. 이로써 당 내홍 수습을 위한 대안으로 혁신기구 출범카드를 내 놓은지 9일만에 혁신위원장을 결정했지만 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보인 문재인 대표 리더십의 한계와 더욱 깊어진 계파 갈등을 봉합하려면 살을 깎아내는 혁신안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상곤 "독배라도 받겠다…혁신 믿음 있어"

김 전 교육감은 24일 여의도 모처에서 문재인 대표와 오찬을 겸한 회동을 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수락 의사를 밝혔다.

김 전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에게 누군가가 위원장 자리는 독배나 다름없고 혁신이 그렇게 쉽게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씀들을 했다"면서도 "제1야당이 바로 서야 대한민국의 정치가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에 짧은 기간이지만 깊이 고민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장고 끝에 '독배'가 될 수 있도 있는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한 김 전 교육감이 진행할 혁신 방향에 따라 현재 처한 내홍 수습과 내년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 김 전 교육감의 혁신카드에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초계파 혁신기구'는 공천과 인사쇄신, 당무혁신 등 당 쇄신 관련 현안들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적쇄신과 공천 혁신으로 당을 뿌리부터 바꾸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교육감이 진보진영 교육계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인사인 만큼 굵직한 개혁안이 나올 것이란 기대도 있다. 그는 혁신학교와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교육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특히 '무상급식'은 지난 2011년 6·2지방선거에서 보편적 복지가 야당의 핵심 공약으로 자리 잡게 된 시발점을 제공했다고 평가받는다.

■"진짜 혁신 가능할까" 우려 섞인 시선

문 대표는 난항을 거듭하던 혁신위원장 선임을 마무리지으면서 우선 한숨 돌리게 됐다. 혁신위원회는 특별위원회와 같은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혁신위원장에 대한 최고위원회의 의결이 남아있지만 말 그대로 '절차'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혁신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도 문 대표가 인사 추천 등 개입을 전혀 하지 않고 전적으로 김 전 교육감이 짠 '새판'에서 혁신작업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전 교육감이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결단을 해줘 감사드린다"며 "국민이 바라는 혁신이라면 새로운 길도, 어려운 길도, 또 고통스러운 길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했다. 이에 김 전 교육감은 "문 대표도 혁신을 위해서는 본인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으며, 혁신을 위해서는 필요한 모든 것을 혁신위원회에 권한을 위임하겠다고 했다"며 강도 높은 혁신을 시사했다.

계파간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에서 '무늬만 쇄신'에 그치는 미지근한 대안을 내놓을 경우 더 큰 비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김 전 교육감이 제대로 된 칼을 휘두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당 외부에서도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도덕적·법적 하자 있는 인사들의 출마 배제, 호남 현역 40% 이상 물갈이, 4선 이상 중진 용퇴 등 파격적인 쇄신안을 내놓으며 여론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야권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다만, 강력한 쇄신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야당 내 혁신기구 출범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데다가 '혁신'이라고 부를 만한 파격적인 새 대안도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공천과 관련해선 계파간 충돌이 불보듯 뻔해 김 전 교육감이 원외 인사의 한계를 딛고 소신있게 본인의 구상을 밀어붙이긴 힘들 것이란 예측도 있어 혁신기구는 출범과 동시에 큰 산을 마주하게 됐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