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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백수오 파동에 대처하는 자세

[기자수첩] 백수오 파동에 대처하는 자세

"이쯤 되면 백수오 '파동'이지요. 과거 멜라민 파동과 비견되는…."

최근 식품업계는 물론 주식 시장까지 들썩이게 했던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사건에 대한 식품업계의 반응이다.

2008년 있었던 멜라민 파동은 중국산 제과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소비자는 중국산 가공식품에 대해 거의 '공포' 수준의 불안감을 가졌다. 국내 제과업계의 매출은 급감했고, 국민 신뢰 또한 땅에 떨어졌다. 대한민국의 식품안전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식품안전을 이끌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위상도 마찬가지다.

이번 백수오 파동이 과거 멜라민 파동과 데자뷔되는 이유다. 백수오 관련 건강기능식품은 이미 '먹어서는 안 될 것'으로 낙인 찍혔다. 기자도 어머니에게 "어머니, 백수오 먹지 마세요"라고 했으니 말이다. 다른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국민의 시각 또한 부정적이다. 가정의 달인 5월은 건강기능식품 업계의 대목이다. 매출의 30~40%를 5월에 올린다. 하지만 이번 파동으로 매출은 꼬꾸라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동으로 연내 도산할 업체가 여럿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멜라민 파동 때 제과업계가 그랬듯 이번 사건으로 건강기능식품업계는 큰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홈쇼핑 업계도 된서리를 맞았다. '먹어서는 안 될' 백수오를 팔았다는 점, 후속조치를 깔끔하게 하지 못했다는 점 등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식약처의 식품안전시스템 또한 마찬가지다. 멜라민 파동과 데자뷔되지만 이를 대처하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멜라민 파동 때는 해당 업체가 발빠르게 회수 조치했다. 제과업계 전체에서도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에 내츄럴엔도텍은 우선 발뺌했다. 오히려 소비자원을 상대로 소송까지 했다. 건강기능식품 업계는 내츄럴엔도텍의 문제로 치부했다. 업계 차원의 대처는 없었다. 홈쇼핑 업계는 제품 반품과 관련해 미온적 대응으로 국민의 공분까지 샀다. 식약처도 마찬가지다. 뒤늦게 건강기능식품 사후관리 시스템 마련에 나선다고 하지만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소비자원의 발표도 아쉬움이 남는다.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엽우피소를 먹어서는 안 될 것'으로 확정시켜 국민의 불안을 키운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멜라민 파동 이후 제과업계는 물론 식품안전 관리가 한층 강화됐듯이 이번 백수오 파동이 건강기능식품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