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혼란 가중
권위 있는 해석 아쉬워
'가짜 백수오'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점입가경이다. 당국이 제대로 된 조사 결과와 처방전을 내놓지 못하며 되레 식품시장에 혼선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하순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전체에 대한 성분조사에 들어갔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되는 일부 백수오 제품에 대해 '가짜'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어 한 달에 걸쳐 128개사 207개의 백수오 제품 전체에 대한 조사 결과를 26일 국민 앞에 내놨다.
그런데 그 성적표는 누가 봐도 한심하다. 10개 제품은 진짜고, 40개는 가짜라는 걸 밝힌 게 성과라면 성과다. 조사대상의 75%에 달하는 157개 제품에 대해서는 '확인 불가'로 판정했다. 제조 과정에서 가열·압력 등으로 DNA가 파괴됐다는 게 그 이유다. 과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조사를 했다면 결과가 이렇게 나왔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더 가관인 건 식약처의 모호하고 무책임해 보이는 처방이다. 가짜 백수오 제품은 압류 후 폐기처분하도록 한 건 좋다. 그런데 '확인 불가'로 판정한 제품은 제조·유통업체가 자발적으로 회수 또는 판매를 중단하도록 요청했다. 진짜라는 걸 입증하면 다시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단서를 붙였다. 식약처 스스로가 제대로 된 조사결과를 못 내놓은 마당에 이걸 생산자에게 직접 입증하라니 이런 무책임한 일이 어디 있겠나.
불똥은 당장 국순당의 '백세주'로 튀었다. 식약처는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하는 이 술에 대해 이엽우피소 함유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원료 백수오 2건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돼 해당 원료를 사용한 제품은 판매 중단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엽우피소 등이 혼입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 판매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당장 직격탄을 맞았다. 발표 당일 이 회사 주가는 하한가 가까이 빠졌다.나중에 '혐의'를 벗는다 한들 등을 돌린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앞서 이엽우피소의 위해성 여부에 대해서도 구체적 근거를 대지 않고 '몸에 해롭지는 않지만 먹지는 말라'는 식의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
중심을 잡아줘야 할 식약처가 어정쩡하고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사이에 백수오 제품 시장의 혼란은 확산되는 모습이다.
소비자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정책, 특히 식품안전 분야에서 정부의 실책이나 시행착오는 국민의 혼란은 물론 산업 전체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모호하고 무책임한 정책은 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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